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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10월의 터널…연말 안도 랠리는 올까? [이브닝 브리핑]

① 美중간선거 D-14, 산적한 지정학적 악재의 허들

AI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회의론이 다시 커지면서, 한국과 함께 세계 주식시장의 기술주는 지난 6월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AI산업의 계속된 확장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악재가 겹치는 현시점의 상황은 연말 랠리 기대감에 의문을 품게 한다.

'고물가'의 분노..유럽을 흔드는 프랑스 시위

프랑스의 소요 사태는 난데없지만 잠복한 위기의 돌출이 아닐까? 불타는 파리 시가를 지켜보는 시장 참여자들의 시선은 착잡하기만 하다. 계층이동의 사다리인 교육 예산 축소에 대한 젊은이들의 분노가 촉발했지만, 그 뿌리엔 유럽 국가들의 고질적인 재정악화 문제가 있다. 프랑스의 경유 1리터 가격은 한화로 3천4백 원 대로 한국보다 80% 이상 높다. 비정상적 물가상승으로 인한 집세, 연료비, 식비 상승에 시민들의 불만이 터진 것이다. 2010년대 초 유럽 재정위기를 면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저금리 정책을 지속한 부작용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는 정치적 목적의 복지지출 확대로 이어져 프랑스 정부의 공공지출은 GDP의 57%를 넘는데, 유로존 평균인 49%보다 훨씬 높다. 4년째 지속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올해의 미국·이란 전쟁은 미국 국채금리의 급등과 함께 높은 물가를 더 압박하며 유럽 경제의 위기를 부르고 있다.
10월20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
프랑스는 성장률이 정체된 상황에서 국채금리가 사상 최고 수준인 5%에 육박하면서 '유럽의 병자'라던 이탈리아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덩치 큰 프랑스의 재정악화는 유럽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매도해야할 상황이라면 글로벌 금리상승 흐름을 더 부채질할 수 있다. 이 여파는 오늘(20) 한국 증시로 곧바로 이어졌다.
10월20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

러시아 제재 풀어준다는 트럼프.."제정신이냐?"는 비판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달 초 플로리다 주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및 유럽 주요국 당국자들과의 회의에서,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구매가 평화 합의안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이 구상에 대해 유럽 대표단은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같은 시점에 트럼프 행정부는 대 러시아 제재법인 '그레이엄 법'의 시행 유예를 발표했다. 명분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선언한 '에너지 휴전'에 따른 러시아산 경유의 세계 시장 공급 확대 조치와 충돌한다는 것이다.

이 법률에 담긴 핵심 제재 조항은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의 상위 5개 수입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최고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수익을 겨냥하면서 구매국에 무역상 불이익을 주도록 설계된 법이다. ①법 제정 30일 후부터 러시아산인 줄 알면서 원유나 가스를 구매하는 국가, ②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는 상위 5개국도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었다. 현재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은 중국, 인도, 튀르키예 등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러시아를 강력히 제재하려는 유럽 중심의 서방 세계의 강고한 정책을 전면 부인하는 이 결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미국에 좋은 결정이 될 것이고, 우리가 진실로 세계무대에 있기 때문에 세계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은 물론 각국의 고민인 에너지 수급과 물가 압박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물론 자신의 중간선거 때문이다. 이란 전쟁에서 교착 상태에 처한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중재에 다시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재개 등 대러 제재 완화를 마중물로 삼아 교착에 빠진 종전협상의 물꼬를 트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결정이 나오기 전 트럼프는 선거 유세에서 미국 생활유가의 핵심인 경유 가격 급등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때문'이라며 이란 전쟁과의 연관성을 노골적으로 부인하는 언급을 계속해왔다.
10월20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
그렇다면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할 수 있게 된 유럽은 이런 결정을 반겨야 할까? 유럽 국가들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푸틴만 돕는 오판"이란 반발에 공감하는 흐름이다. 에너지 비용은 당장의 고민이지만,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재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기회로 이어져 결국 전쟁의 장기화와 함께 유럽 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러시아의 적대적 침범을 방조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선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각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충성파'로 분류되는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도 "뒤따를 수 있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안을 만든 그레이엄 전 의원의 여동생이자 그의 뒤를 이어받으려고 중간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나선 달린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전쟁을 끝내고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계속 유지하는 쪽을 선택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면제 조치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생명줄"이 아니라면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제시하는 당근"이라고 강조했지만 궁색한 반박이다.
10월20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

중간선거 결과별 시나리오..시장 변수는 'AI정책'

유럽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직결되는 최대 변수는 11월 3일 미국의 중간선거이다. 트럼프의 불확실성과 민주당의 정책 이견이 맞물려 선거 결과에 따른 파장이 상당히 클 전망이다. 주목되는 것은 AI산업에 대한 미국 민주당의 정책이다. 기업의 자율 규제와 기술패권 경쟁을 우선시하는 공화당과 달리, 민주당은 AI가 가져올 안보 위협, 사회적 불평등, 일자리 악영향을 막기 위해 정부 주도의 강력한 법적 규제와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소모하는 막대한 전력 인프라 비용을 일반 시민들의 전기요금에 전가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그 중에도 샌더스, 오카시오, 코르테즈 등 진보성향이 더 강한 정치인들은 노동자 보호와 환경오염 차단을 위해
데이터센터 건설 일시 중단(모라토리엄)같은 강력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캘리포니아 등 실리콘밸리를 지역구로 둔 일부 의원들은 과도한 규제가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켜 중국에 패권을 내어줄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밸런스를 강조하고 있다.
10월20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
①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공화당은 상원을 수성할 경우, 시장은 일종의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행정부와 의회가 서로를 견제하는 교착상태(Gridlock)가 형성되면서 급격한 법안변경 등 정책변동성 위험이 감소하는 분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또 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한 민주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부양 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국채금리 안정에도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②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여당인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승리할 때는, 현 정책이 유지되며 국채금리 상승압박이 더 강해질 수 있고, 선거 부담을 덜어낸 트럼프의 중동전쟁 확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집권 이후 고수해 온 감세정책과 재정정책 확대는 국채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이 주목하는 시나리오는 ③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이기는 경우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행보와 거친 외교정책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승리 시나리오는 주식시장의 단기조정 충격과 하방 압력의 전망을 낳는다. 특히 민주당의 AI산업 속도조절과 규제 흐름에 따른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 약세를 예상하는 분석이 많다. 특히 AI기업들의 막대한 시설투자와 매출과 직결된 데이터센터 건설 관련 정책이 변수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단기적 영향은 있겠지만 정책의 일관성과 현실성 반영에 따라 예측가능성이 높아져 장기적으론 시장에 유리할 것이라는 긍정론도 나온다.
10월20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

변동성 불가피한 2주..출구는 나타날까?

하지만 중간선거의 결과로 미국 '통상정책'의 틀은 크게 바뀌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행정부가 가진 행정명령 등의 독자적 권한과 함께 미국 정치권의 초당적인 대중국 견제기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예측 시장 플랫폼인 '폴리마켓(Polymarket)'의 예상에선 민주당의 상원 장악 확률이 64%에 달해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이 독점하는 '블루 웨이브(Blue Sweep)'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다. 통상 중간선거가 있는 해의 9~10월 증시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하방 압력을 받지만, 선거가 끝난 직후 12개월 동안 S&P 500 지수는 상승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전쟁'->'고유가'->'고금리'->'투자비용 상승'-> '대량투자에 대한 불안감'의 상호 강화 흐름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는, 이처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지정학적 악재의 허들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AI산업의 수익성 논란'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금리와 환율 사이클을 활용하며 반도체 쏠림이 심한 한국 주식시장에서 파생시장 중심의 단타성 거래와 차익실현 매도를 반복하며 시장을 교란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는 답답한 터널에서 흐름이 바뀔 수 있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새로운 방향성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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