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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에 날린 수억 원…사기범들은 법정서도 '미소'

<앵커>

어디에 투자하면 500만 원으로 1천500만 원을 만들 수 있다, 돈을 잃을 가능성은 없다, 이런 내용의 문자들, 한번 받아본 적 있으실 겁니다. 특정 종목이나 상품을 추천하고 투자를 권유하는, 이른바 리딩방을 믿었다가 피해를 봤다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누적된 피해 신고 건수가 올해 1분기에 3천200건이 넘었습니다. 최근 여섯 달을 기준으로 보면 하루 평균 18건 정도 피해 신고가 접수된 셈입니다. 사기 피해 금액도 3천억 원 가까이 되는데 이 돈을 되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안상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재작년 10월 리딩방을 통해 비상장주식을 소개받은 60대 A 씨, 유망 로봇회사 '맥스퀘어'가 상장을 앞두고 있다는 설명에 속아, A 씨는 가족들 앞으로 대출까지 받아 주당 1만 8천 원씩, 2억 6천만 넘게 매수했는데 실상은 액면가 100원짜리에 불과했습니다.

[A 씨/맥스퀘어 리딩방 사기 피해자 :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서 정신이 없었어요. 귀신에 홀렸다고 봐도 되겠죠. (지금도) 그날 전화를 받은 걸 땅을 치고 후회를 해요.]

신고도 해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A 씨 딸/'맥스퀘어' 리딩방 사기 피해자 : (신고했더니) '이건 보이스피싱이 아니다. 이건 투자 사기랑 비슷한 것이기 때문에 지급 정지가 되지 않는다'라고 모든 은행에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A 씨 같은 피해자는 총 520명, 피해 규모는 177억 원이 넘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범죄 수익에 대한 몰수나 추징, 또는 배상 명령이 내려질 경우 피해의 일부라도 회복할 수 있지만 최근 법원은 이들 일당에 중형을 선고하면서도 범죄 수익에 대한 추징과 배상 신청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배상 범위가 명확치 않다는 이유인데 피해자들은 속이 탑니다.

[B 씨/리딩방 사기 피해자 : 심지어 재판 중에 범죄자들이 웃으면서 재판을 봅니다. 얘네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돈을 숨겨서 자기들은 형량을 살고 나오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저희도 받았어요.]

[C 씨/리딩방 사기 피해자 : 그걸 보니 정말 피가 거꾸로 솟죠. 그냥 원금만 아니 정말 50%라도 좀 줬으면 좋겠어요.]

SBS가 최근 1년 동안 1심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된 '리딩방 사기' 사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전체 43건 중 추징명령이 나온 건 4건.

이마저도 평균 추징액이 범죄 피해액의 1.6%에 불과했습니다.

피해자의 배상 신청도 29건 가운데 인용된 건 단 1건이었습니다.

[이승우/변호사 : 피해자만 너무 경제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자기의 비용으로 쫓아다녀 봐도, 결국 남는 거는 판결문만 남는다 이거예요. 의미가 없죠. 새로운 관리 시스템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법원 단계에서의 피해 회복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 리딩방 사기 급증 속도를 감안할 때 보이스피싱 범죄처럼 범죄 수익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수사 개시 이전부터 계좌 지급 정지 등을 허용하는 걸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관련법은 국회에 계류 중인데, 21대 국회 일정상 통과는 불투명합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윤 형, 영상편집 : 윤태호, 디자인 : 임찬혁·방명환·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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