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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상장' 막아라" 지침 나왔지만 시장은 싸늘…왜? (풀영상)

 
<앵커>

정부가 그동안 주식 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온 우리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며 구체적인 지침을 내놨습니다. 상장사들이 각종 재무재표를 주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그동안 기업 저평가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던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막기 위한 내용도 담겼습니다.

먼저 안상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안상우 기자>

지난 2020년 LG화학은 주주 반대에도 배터리 사업을 분리했습니다.

[투표할 시간도 없고, 이것도 안 줬어요. 이런 총회가 어디 있습니까.]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이후 2차전지 대표 종목으로 자리 잡았지만, LG화학 주가는 한 달여 만에 30% 넘게 빠졌고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카카오뱅크, 페이 등 알짜 자회사를 따로 상장한 카카오와 SK바이오사이언스 바이오팜 등을 뗀 SK, 두산로보틱스를 분리한 두산 등 빈번한 '쪼개기 상장'은 핵심 사업의 이탈로 모회사 투자자 피해를 야기한다는 비판이 거셌습니다.

앞으로 이런 이슈가 있을 땐 모 회사 주주의 이익 보호 계획을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투자자 설득없는 무분별한 쪼개기 상장을 방지하겠다는 차원입니다.

[정준혁/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모자회사 중복 상장이라든지 개인 회사와의 거래, 그런 것들이 사실은 기업 밸류업이 증시 밸류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고리점이 되지 않을까….]

또 PBR이나 ROE, 주주환원율 등 재무지표를 바탕으로 목표치와 이행계획을 연 1회 이상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기업 자율에 맡겨,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해도 불성실 공시에 해당하진 않습니다.

밸류업 세미나

[김소영/금융위원회 부위원장 : 기업 밸류업은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입니다.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 등에 지난 1분기 외국인 자금이 역대 최대치인 15조 8천억 원 유입됐는데, 당국은 올해 안에 밸류업 지수를 만들고, 연계 ETF 상장을 이어 추진할 방침입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 영상편집 : 김종미, 디자인 : 서승현·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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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일) 시장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지침이 기업의 자율에 기대는 데다,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만한 방법도 아직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 내용은 고정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고정현 기자>

모회사 HD현대에서 떼 8일 상장을 앞둔 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마린솔루션 '쪼개기 상장'에 주주들 성토

'쪼개기 상장'이라는 주주들 성토가 이어지자, HD현대는 "밸류업 대책이 확정되면 주주 가치를 높일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대책이 나온 오늘도 HD현대 주가는 4% 넘게 빠졌습니다.

기업이 '쪼개기 상장'에 대한 이유나 해결책을 사전 설명하더라도, 지배구조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입니다.

[이창민/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 해결책이라는 게 굉장히 뭐 수박 겉핥기식이 될 확률이 높아요. 총수의 이해관계가 굉장히 밀접하게 걸린 문제인데, 전향적인 안이 자율적으로 나오기는 굉장히 힘들다고 봅니다.]

정부는 경쟁 기업이 밸류업 계획을 공시할 경우 전체적인 시장 압박이 작용할 거라 기대하지만, 의무가 아닌 데다 공시 내용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페널티가 없어 책임감을 부여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가장 큰 유인책이라 할 수 있는 세제 혜택도 요원합니다.

자사주 소각, 배당 등에 대한 법인세 혜택이나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이 그것인데, 법 개정 사안인 만큼 '부자 감세'란 논란을 돌파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그 영향에 이른바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사, 지주사들의 주가는 오늘 부진했습니다.

한국 주식 제값 받기라는 방향성은 맞는 만큼, 당근과 채찍에 해당하는 세부 계획이 뒤따라줘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 정용화, 디자인 : 조성웅)

▶ '쪼개기 상장' 방지…베일 벗은 밸류업
▶ 시장은 실망…'유인책' 없이 '자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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