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방사되는 반달곰의 귀에는 위치 신호를 보내는 발신기가 달려있다. 반달곰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추적관리하기 위해 달아 놓은 것이다. 종복원기술원 연구원들은 안테나를 들고 발신기에서 전해오는 신호음을 잡아 반달곰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4월과 5월 수컷 곰 2마리의 위치 신호에 이상이 생겼다. 둘 다 3일에서 7일가량 움직임이 없었다. 반달곰은 이미 겨울잠에서 깨어난 상태였다. 며칠씩 한 장소에서 움직임이 없다면 뭔가 사고가 생긴 것이다. 연구원들은 불안감에 즉시 안테나를 들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수컷 반달곰 2마리의 죽음은 그렇게 확인됐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14일 반달곰 폐사체를 원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정을 의뢰했다. 올무 등 불법 사냥도구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혹시 폐사체에 독성이 남아있는지 규명해 독극물을 이용한 범죄와의 연관성을 가려보기 위해서다. 뼈나 살점, 가죽 상태 등을 통해 맹수 등의 공격을 받고 죽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관심사다.
하지만 국과수는 오늘(18일) 수사기관에서 의뢰한 감정물이 아니기 때문에 분석을 진행할 수 없다면서 국립공원공단에 시료 반송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공원공단은 독극물 분석 등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다시 맡길 방침이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과 김천 수도산, 가야산 일대에 사는 KM53을 포함해 야생 반달곰은 64마리라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62마리에서 올해 4마리가 새로 태어났고, 2마리가 죽었기 때문이다. KM53은 이달 초 가야산에서 40km 가량 떨어진 구미 금오산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열흘 가량 금오산에 머물던 KM53은 지난 15일 밤 가야산으로 다시 복귀했다.
지난 4월과 5월 지리산 어린 반달곰들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반달가슴곰의 야생적응과 서식지 확산 등을 분석하기 위해서라도 반달곰이 죽은 이유는 밝혀야 할 연구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