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부터 독서 실태를 꺼낸 이유는, 독서·책을 둘러싼 이런 상황에서 '책 낭독 팟캐스트'를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기 위해섭니다. 저마다 바쁘고 여유 없는 일상에서 '팟캐스트 잠깐 듣고 이를 통해 괜찮은 책을 알게 되고 책 읽기로 이어진다면 좋겠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은 꼭 책 읽기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잠시라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거나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북적북적'이 책 한 권 읽기 힘든 분들에게 드리는 '북 메뉴'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올해 북적북적은 1월 7일 첫 방송을 업로드하고 12월 30일 연말 특집 방송까지 모두 52회 업로드했습니다. 특집을 제외하면 51회 방송에서 53권(또는 53부)의 책을 다뤘습니다.(두 권씩 읽은 방송이 2회 있고 8권짜리 한 부인 소오강호 같은 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매주 일요일마다 업로드했고 결방은 없었습니다. 심영구 기자 29회, 권애리 기자 15회, 조지현 기자 5회, 화강윤 기자 2회씩 책을 읽었습니다.
● 독자들 호응이 가장 많았던 책은?
<당신이 옳다>를 12월 2일 낭독한 권애리 기자는 "지난 15년 동안 심리적인 외상들이 아우성친 현장들에 참여해 온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건네는 이야기입니다. 정 박사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여러 종류의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도와왔고, 무수한 트라우마가 무수한 사람들을 덮치는 것과 그들의 인생이 '진정한 공감'을 만나며 변화하는 모습을 봐 왔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내면서 '심리적 CPR'이란 용어를 제시합니다. 마음에 하는 심폐소생술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태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그리고 그런 치유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자기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인식하는 게 얼마나 긴요한 일인지 힘주어 전달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 무시하다 큰 코 다친다'는 생각을 새삼 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생존 매뉴얼'이라는 것 을, 읽어가다 보면 조금씩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당신이 옳다> 듣기)
노회찬 의원이 떠나고 2주 뒤인 8월 5일, 심영구 기자는 2010년 출간된 노회찬 인터뷰집 <진보의 재탄생>을 낭독했습니다. 심 기자는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 계급투쟁과 혁명을 외치고 머리띠 두르고 파업현장에만 다닐 것 같지만, '내 곁의 유령' 같은 청소노동자를 비롯해 여성, 비정규직, 장애인, 성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이 사회의 약자로 불릴 만한 이들에게 두루 관심을 갖고 특유의 유머와 끈기로 진보의 외연을 확장하려 노력했던 그"라고 노 의원을 소개하며 "저에게 아이돌 같은 정치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장례식장에 다녀온 한 기자는 '대통령이 보낸 조화도 있고, 국회의원도 있고, 기업인도 있고, 청소부도 있고, 장애인도 있고. 노인도 있고, 어린아이도 있고... 이런 장례식은 처음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는데 SNS엔 한동안 고인과의 인연과 에피소드를 회상하는 포스팅이 넘쳐났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이들이 저마다의 인연을 떠올리며 추모하는 모습도 처음 봤습니다"라고 소회를 적었습니다.( ☞<진보의 재탄생> 듣기)
현직 부장검사가 18년 검사 생활을 돌아보며 쓴 김 웅 검사의 <검사내전>, 올해만 '위안부' 피해자 8명이 별세했는데 '한 명'만 남는 그 미래가 현재라면... 돌직구 질문을 던지는 김 숨 작가의 <한 명>, 혐오가 만연한 한국 사회의 각종 혐오를 본격 분석한 홍성수 교수의 <말이 칼이 될 때>도 청취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 나오자마자 읽었다! 9일 만에 방송한 책들은?
출간일과 '북적북적' 방송 날짜의 상관관계. 신간을 많이 소개하는 만큼 그 차이가 적을수록 따끈따끈한 새 책이었다는 얘깁니다. 출간일과 방송일 차이가 가장 적었던 건 어떤 책들이었을까요?
1월 5일 출간, 1월 14일 방송 업로드. 11월 30일 출간, 12월 9일 방송 업로드. 이렇게 출간 9일 만에 방송한 책이 두 권 있었습니다. 통상 책을 골라 읽은 뒤 낭독하기로 하고 출판사에 낭독 허가를 요청, 허가받으면 다시 책을 읽으며 어느 대목을 읽고 어떤 코멘트를 덧붙일지 정리하고 녹음과 편집을 거쳐 업로드합니다. 이 과정도 제법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만약 허가를 받지 못하면 다시 처음부터) 9일이면 초초-초단기간인 거죠. 위에도 언급했던 <말이 칼이 될 때>와 '추석이란 무엇인가' 칼럼으로 잘 알려진 김영민 교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이 책 두 권이 출간 9일 만에 방송한 책입니다. 심영구 기자가 읽었습니다. 곧 출간된다는 소식을 미리 접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읽어보니 기대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좋아서 바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심 기자는 "눈으로 읽기 좋은 글과 소리 내 읽기 좋은 글이 있습니다. 전자는 낭독해보면 툭툭 끊기거나 꼬이기 십상인데 그러면 이게 잘 쓴 글 맞나 하는 의심도 듭니다. 김영민 교수의 글은 단연 후자입니다. 김 교수가 지루하지 않게 잘 짜 놓은 가락에 몸을 맡기고 스스로도 낭독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절로 묻게 될 것입니다. 낭독이란 무엇인가"라고 소개했습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듣기)
7월 29일 권애리 기자가 낭독한, 박서련 작가의 <체공녀 강주룡>은 7월 18일 출간 후 11일 만에 읽어 세 번째로 차이가 적었습니다. 강주룡은 일제강점기에 평양 을밀대에 올라가 처음으로 고공농성했던 공장 노동자입니다. 권 기자는 이 소설과 강주룡에 대해
"인텔리가 아닌 진짜 공장 출신의 여성 노동운동가를 역사는 오랫동안 잊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의 이 소설이, 당시 인텔리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방식의 고공 농성을 먼저 생각해 내고, 을밀대 지붕에 올라가 앉아 "내가 배와서 아는 것 중에 대중을 위하야서는...(중략) 명예스러운 일이라는 것이 가장 큰 지식입니다. 이래서 나는 죽음을 각오하고 이 집중 우에 올라왔습니다." 외치던 서른 살 체구 작은 여자의 마음속에 가득했던 그 우주를 소환했습니다. 그리고 그 강주룡들은 2018년 지금도, 여전히, 있습니다. 이 여름, '체공녀 강주룡'을 한 번 만나보시라고, 지붕 위에 혼자 앉은 주룡이의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뜨겁게 권하고 싶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23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체공녀 강주룡> 듣기)
51회에 걸쳐 다룬 책들의 80%는 출간 1년 미만이었습니다. 출간 100일 내로 좁혀봐도 59%나 됐습니다.
● 두 낭독자가 뽑은 '올해의 책'
권 기자는 순위 매기지 않고
<당신이 옳다>,<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체공녀 강주룡>,<프라하의 소녀시대>를 '북적북적 올해의 책'으로 꼽았습니다. 심 기자는 역시 순위 없이
<말이 칼이 될 때>,<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고기로 태어나서>,<오늘 뭐 먹지?>,<소오강호>,<골든아워>를 추천했습니다. 혹 2019년에 읽을 책을 아직 정하지 못하셨다면, 두 기자의 발췌 낭독을 먼저 조금씩 들으시고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싶을 만한 책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2018년 북적북적 51회 동안 낭독한 책들은 39개 출판사에서 출간됐습니다. <회색인간>의 김동식 작가 책을 유일하게 2회 낭독했고 그 외 회차에서는 모두 중복 없이 소개했습니다. '가급적 다양한 작가의 여러 책을, 그리고 규모 작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도 많이 소개하고 싶다'는 희망대로 진행한 것 같다고 두 기자는 자평합니다.
두 기자가 뽑은 '올해의 구절'을 소개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결국 삶은 우리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삶을 저버릴 수 있을 뿐이지요. 어떤 유형의 삶이든 우리에게 뭔가를 가져다줍니다. 마오쩌둥은 '좋은 일이 나쁜 일로 변할 수 있지만 나쁜 일이 좋은 일로 변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 항상 나쁜 일이 좋은 일로 변하는 편이었죠."
(위화 著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中)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심장이다. 심장은 언제나 제 주인만을 위해 뛰고, 계속 뛰기 위해서만 뛴다. 타인의 몸 속에서 뛸 수 없고, 타인의 슬픔 때문에 멈추지도 않는다. 타인의 슬픔에 대해서라면, 인간은 자신이 자신에게 한계다. 그러나 이 한계를 인정하되, 긍정하지는 못하겠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슬퍼할 줄 아는 생명이기도 하니까. 한계를 슬퍼하면서, 그 슬픔의 힘으로 타인의 슬픔을 향해 가려고 노력하니까. 그럴 때 인간은 심장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슬픔을 공부하는 심장이다."
(신형철 著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中)
**'북적북적 올해의 책'에 관하여 두 기자가 나눈 이야기는 북적북적 170회 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아흔 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시아버지와 남편이 돌아간 후, 글자를 안다는 걸 숨길 필요가 없고 글씨 연습이 하고 싶어져 예순이 넘은 나이에 도라지 판 돈으로 공책을 사서 쓰기 시작한' 97세 할머니의 일기 30년 치를 추려 낸 책입니다.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은 20세기 인간의 정신과 문명을 말살하고자 했던 가장 거대한 실험 '문화대혁명' 10년 동안 성장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 된 위화의 수십 년에 걸친 강연 등 '입말'을 묶은 책이고요. 이 두 책을 올해 '북적북적'을 준비하며 만났습니다. 한 명은 그야말로 시골 촌부, 한 명은 세계적인 작가. 그들의 책을 한꺼번에 접하면서, 인간 영혼의 꺾이지 않는 불꽃과 '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해 새삼 잊고 있던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권애리)
책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아무래도 마음이 가요. <출판하는 마음>은 매우 끌렸지만, 과연 듣는 분들도 좋아할까 걱정했는데 놀랍게도 반응이 좋았어요. '아 '북적북적' 청취자들 스펙트럼이 넓구나, 진심을 다해 읽으면 이렇게 들어주는구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북적북적' 진행하며 알게 된 열정 넘치는 편집자들에게배우는 점도 많습니다. (심영구)
● 나오자마자 읽었다! 9일 만에 방송한 책들은?
출간일과 '북적북적' 방송 날짜의 상관관계. 신간을 많이 소개하는 만큼 그 차이가 적을수록 따끈따끈한 새 책이었다는 얘깁니다. 출간일과 방송일 차이가 가장 적었던 건 어떤 책들이었을까요?
1월 5일 출간, 1월 14일 방송 업로드. 11월 30일 출간, 12월 9일 방송 업로드. 이렇게 출간 9일 만에 방송한 책이 두 권 있었습니다. 통상 책을 골라 읽은 뒤 낭독하기로 하고 출판사에 낭독 허가를 요청, 허가받으면 다시 책을 읽으며 어느 대목을 읽고 어떤 코멘트를 덧붙일지 정리하고 녹음과 편집을 거쳐 업로드합니다. 이 과정도 제법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만약 허가를 받지 못하면 다시 처음부터) 9일이면 초초-초단기간인 거죠. 위에도 언급했던 <말이 칼이 될 때>와 '추석이란 무엇인가' 칼럼으로 잘 알려진 김영민 교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이 책 두 권이 출간 9일 만에 방송한 책입니다. 심영구 기자가 읽었습니다. 곧 출간된다는 소식을 미리 접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읽어보니 기대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좋아서 바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심 기자는 "눈으로 읽기 좋은 글과 소리 내 읽기 좋은 글이 있습니다. 전자는 낭독해보면 툭툭 끊기거나 꼬이기 십상인데 그러면 이게 잘 쓴 글 맞나 하는 의심도 듭니다. 김영민 교수의 글은 단연 후자입니다. 김 교수가 지루하지 않게 잘 짜 놓은 가락에 몸을 맡기고 스스로도 낭독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절로 묻게 될 것입니다. 낭독이란 무엇인가"라고 소개했습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듣기)
51회에 걸쳐 다룬 책들의 80%는 출간 1년 미만이었습니다. 출간 100일 내로 좁혀봐도 59%나 됐습니다.
● 두 낭독자가 뽑은 '올해의 책'
2018년 북적북적 51회 동안 낭독한 책들은 39개 출판사에서 출간됐습니다. <회색인간>의 김동식 작가 책을 유일하게 2회 낭독했고 그 외 회차에서는 모두 중복 없이 소개했습니다. '가급적 다양한 작가의 여러 책을, 그리고 규모 작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도 많이 소개하고 싶다'는 희망대로 진행한 것 같다고 두 기자는 자평합니다.
두 기자가 뽑은 '올해의 구절'을 소개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결국 삶은 우리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삶을 저버릴 수 있을 뿐이지요. 어떤 유형의 삶이든 우리에게 뭔가를 가져다줍니다. 마오쩌둥은 '좋은 일이 나쁜 일로 변할 수 있지만 나쁜 일이 좋은 일로 변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 항상 나쁜 일이 좋은 일로 변하는 편이었죠."
(위화 著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中)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심장이다. 심장은 언제나 제 주인만을 위해 뛰고, 계속 뛰기 위해서만 뛴다. 타인의 몸 속에서 뛸 수 없고, 타인의 슬픔 때문에 멈추지도 않는다. 타인의 슬픔에 대해서라면, 인간은 자신이 자신에게 한계다. 그러나 이 한계를 인정하되, 긍정하지는 못하겠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슬퍼할 줄 아는 생명이기도 하니까. 한계를 슬퍼하면서, 그 슬픔의 힘으로 타인의 슬픔을 향해 가려고 노력하니까. 그럴 때 인간은 심장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슬픔을 공부하는 심장이다."
(신형철 著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中)
**'북적북적 올해의 책'에 관하여 두 기자가 나눈 이야기는 북적북적 170회 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아흔 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시아버지와 남편이 돌아간 후, 글자를 안다는 걸 숨길 필요가 없고 글씨 연습이 하고 싶어져 예순이 넘은 나이에 도라지 판 돈으로 공책을 사서 쓰기 시작한' 97세 할머니의 일기 30년 치를 추려 낸 책입니다.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은 20세기 인간의 정신과 문명을 말살하고자 했던 가장 거대한 실험 '문화대혁명' 10년 동안 성장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 된 위화의 수십 년에 걸친 강연 등 '입말'을 묶은 책이고요. 이 두 책을 올해 '북적북적'을 준비하며 만났습니다. 한 명은 그야말로 시골 촌부, 한 명은 세계적인 작가. 그들의 책을 한꺼번에 접하면서, 인간 영혼의 꺾이지 않는 불꽃과 '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해 새삼 잊고 있던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권애리)
책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아무래도 마음이 가요. <출판하는 마음>은 매우 끌렸지만, 과연 듣는 분들도 좋아할까 걱정했는데 놀랍게도 반응이 좋았어요. '아 '북적북적' 청취자들 스펙트럼이 넓구나, 진심을 다해 읽으면 이렇게 들어주는구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북적북적' 진행하며 알게 된 열정 넘치는 편집자들에게배우는 점도 많습니다. (심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