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이 된 사건은 지난해 4월 15일 진행된 젝스키스 데뷔 20주년 기념 영상회. 당시 후니월드는 팬들에게 영상회 참여 비용과는 별도로 기부금을 모집했다. '젝스키스 이름으로 기부하겠다'는 명목이었다. 팬들로부터 돈을 모금한 사람은 후니월드의 공동대표인 박 모 씨(36·남)였다.
게다가 10만원 이상 기부한 팬들이 후니월드에서 받은 DVD는 CD와 다를 게 없는 수준의 것이었다. 내용도 "강성훈 개인 소장 영상"이라는 설명과는 달리 유튜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TV영상 자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게 실제 DVD 특전을 받은 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10만원 이상 기부한 팬이 받은 DVD 특전>
팬들이 항의하자 후니월드는 무려 9개월 만에 모금에 참여한 팬들에게 이메일로 정산내역을 보냈다. 입금받은 은행 거래내역도 첨부했다. 그러나 의혹이 해소되는커녕 팬들의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먼저 지출 내역들 중 일부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책정돼 있었다. DVD 제작 및 변환 비용이 1000만원에 이르렀고, 영화관 대관료도 상상 이상으로 책정돼 있었다. 청담 CGV에서 6000만원, 대구와 부산 CGV가 각각 500만원과 1200만원으로, 영화관 대관에만 8000만원 가까운 돈이 들었다는 게 후니월드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서 후니월드 대표 박 씨의 여동생이자 팬클럽 실질적 운영자로 알려진 박 씨(33·여)는 SBS funE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1관이 아니라 청담 CGV에서 12관을 빌렸다. 프라이빗 상영관은 4시간에 600만원이었는데,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대여했다. 그리고 동시간대 12관을 빌렸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박 씨는 "CGV 역사상 동시간대 전관 대관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 어려운 일을 내가 해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팬들의 제보에 따르면 당시 청담 CGV 대관은 일부 시간대에 국한돼 이뤄졌다. 또 프라이빗 상영관을 제외한 다른 CGV 상영관들은 대여비를 따로 받지 않는 대신 영화관 티켓 구매비용을 받는다는 영화관 관계자의 귀띔도 있었다.
<당시 영상회 관련 후니월드 공지 및 청담 CGV 상영표 일부>
이 부분에 대해서 묻자 박 씨는 "영상회 당시 CGV 실무진과 어떻게 거래를 했는지는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다. 그분들로부터 배려를 많이 받았다. 우리도 그쪽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후니월드가 공개한 입금 내역도 의혹의 중심에 있다. 후니월드 대표 박 씨 계좌에 입금된 팬들의 기부 내역들 가운데 은행명과 은행 코드가 일치하지 않는 자료가 여러 건 발견됐다.
마치 포토샵으로 조작한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입금내역과 은행코드 부분이 한 칸씩 밀려 게재된 부분이 여러 건 포착됐다. 이에 대해 후니월드 측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후니월드가 팬들에게 보낸 은행거래 내역>
팬들은 최근 불거진 '택시 서포터즈 비리'와 후니월드가 관련이 높을 거라고 의심하고 있다. 택시 서포터즈 비리는 강성훈의 팬이라고 주장하는 N씨가 팬들에게 강성훈 솔로 콘서트 택시 서포터즈 명목으로 2000만원을 거둬들인 뒤 허위 거래내역서를 만들고 공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이다.
팬들은 N씨와 후니월드 운영자 박 씨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N씨가 약속했던 택시 서포터즈를 하지 않고, 택시 일일 광고만 했는데, 당시 N씨가 섭외한 택시 운전사는 박 씨의 부친이었다. N씨는 당시 박 씨 부친 계좌로 약 250만원을 입금한 사실도 털어놨다.
박 씨와 N씨의 유착이 의심되지만 두 사람 모두 서로를 모른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SBS 연예뉴스 취재결과 두 사람은 후니월드 업무적으로 협업하는 사이였다. 최근 대만 팬미팅 당시 박 씨는 공연 관계자에게 강성훈에 대한 자료를 요청받자마자 N씨로부터 자료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관계자에게 다시 전달했다. N씨와 박 씨는 취재진에게 서로를 콘서트에서 우연히 봤지만,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했으나, 새벽 시간까지 업무적으로 소통했다는 사실이 이메일을 통해 드러났다.
<박 씨가 N씨가 촬영한 사진과 보낸 메일을 그대로 전달한 내용>
N씨는 지난 2년간 강성훈의 서포터즈 이벤트를 주도했다. 택시 서포터즈를 비롯해 대만 팬미팅 후니버스 래핑 이벤트, 사진회, 생일기념 컨셉 카페, 쌀 화환 등 명목으로 모금에 나섰다. 고소를 준비하는 팬들은 "N씨가 주도한 서포터즈 명목의 모금가 제대로 회계 처리 됐는지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N씨를 횡령 혐의로 형사 고발하는 것 등을 검토하고 있다.
<N씨가 모금을 주도한 강성훈 서포터즈>
강성훈은 지난 3일 자필편지를 통해 "법정, 횡령, 사기 등에 진실을 밝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 부분은 간곡하게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팬 컨택, 횡령, 스태프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전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성훈에게 등 돌린 팬들은 증거 없는 주장은 의미가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후니월드 운영자는 강성훈에 대한 의혹보다는 의혹을 제기한 배후에 대해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운영자 박 씨는 "우스갯소리지만 내가 몇억도 아니고 몇천만원을 횡령했겠나."라고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왜 이런 일이 대만 콘서트 취소 이후 다 터지는 건지 궁금하다.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일들 아닌가. 그래서 김 씨(전 매니저)를 더 파는 것이다. 이 정도로 파고드는 건 팬들이 아니라 나라에서 일해야 할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SBS funE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