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박지성(37)을 '축구 영웅'으로 추억하는지도 모릅니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그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웨인 루니처럼 많은 골을 넣는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폴 스콜스나 데이비드 베컴처럼 기가 막힌 킥을 자랑하는 미드필더도 아니었죠.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맨유 팬들이 그를 '숨은 영웅(Unsung Hero)'로 그리워합니다.
박지성이 떠나고 그를 영입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맨유는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맨유 팬들의 박지성을 향한 향수는 더 짙어졌지요. 그리고 지난해 닮은꼴을 찾아냅니다.
● 멀티플레이어 - 높은 전술 활용도
무엇보다 박지성처럼 전술 완성도를 높여주길 기대했습니다. '수비형 윙어'로 불리기도 했던 박지성은 활용도가 무척 높았던 선수입니다. 지역 신문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윙백, 수비형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 윙어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한 박지성이 '퍼거슨 전술의 열쇠'였다고 치켜세웠습니다.
그러면서 마티치를 무리뉴 감독의 전술을 완성시켜줄 키플레이어로 꼽았습니다.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고 무엇보다 박지성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이 뛰는 선수라는 겁니다. 2008년 챔피언스리그에서 피를로를 완벽히 막아냈던 경기, 또 바르셀로나와 준결승 2차전에서 다른 동료(평균 11.02km)보다 1km 가까이 많이 뛰었던 박지성의 활동량을 되돌아봤습니다.
박지성과 퍼거슨, 마티치와 무리뉴의 관계는 묘하게 닮았습니다. 공교롭게도 무리뉴에 대한 퍼거슨의 평가에 분명히 드러납니다. 때는 2014년 1월입니다.
"무리뉴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뭐라고 하든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이니까요. 얼굴이 두껍다고도 할 수 있죠. 최근 첼시는 미드필더 후안 마타를 맨유로 내보냈습니다. 그는 지난 시즌 첼시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였습니다. 대신 네마냐 마티치를 데려왔는데, 사람들은 그가 누군지도 잘 몰랐어요. 모두 무리뉴를 맹렬하게 비난했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마티치가 그렇게까지 뛰어나지는 않은 선수라는 걸 안다. 하지만 나는 우리 클럽에 뭔가 색다른 변화를 필요로 한다.' 제 생각엔 그런 유연함과 터프함이 변화, 혹은 혁신을 가능하게 하고 자신이 바라는 혁신을 계속 추구해 가도록 도와주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퍼거슨은 이때 무리뉴가 자신과 닮았다는 것을 직감했는지도 모릅니다. 퍼거슨이 2005년 여름 박지성과 계약하자 현지에선 '아시아의 티셔츠(유니폼) 판매원'을 데려왔다는 푸념이 쏟아졌습니다. 전력 강화가 아니라 아시아 마케팅을 목적으로 영입했다는 뜻입니다. 박지성과 마티치는 증명해냈습니다. 그들에게 꽂혔던 퍼거슨과 무리뉴의 안목은 남달랐습니다.
"마티치는 그야말로 '팀 플레이어' 입니다. 축구에 필요한 모든 것, 충성심과 끈기 그리고 야망을 갖춘 선수입니다."
어디서 들어본 말이죠?
"박지성은 자신이 아니라 팀을 위해 경기한다. 늘 팀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찾았다 수비도 뛰어나고 공격도 훌륭했다. 특히 태클은 환상적이었다. 정말 뛰어난 팀 플레이어였다."
퍼거슨이 한 말입니다. 마티치의 장점 중 하나도 박지성과 마찬가지로 태클입니다.
● 박지성과 마티치, 그리고 러시아 월드컵
박지성도 마티치를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CNN과 독점인터뷰에서 박지성은 "맨유가 이제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먼저 무리뉴 감독을 인정했습니다. "무리뉴 감독은 늘 사령탑을 맡은 지 두 번째 시즌이 되면 탁월한 지도력을 보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티치처럼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팀에 잘 녹아들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맨유는 결국 2017-2018시즌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시티에 우승컵을 내주긴 했지만 퍼거슨이 떠난 뒤 최고 순위인 2위에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