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의 다섯 개 극단이 힘을 합쳐 릴레이 연극을 벌이는 이유는 장비와 인력을 서로 나누어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네 번째 작품은 극단 '성난발명가들'의 <숙주탐구>. 숙주 안에 살며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적을 제거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기생생물의 이야기를 인간의 조폭 세계에 빗대 표현한 코믹 풍자극이다.
극단 '성난발명가들'의 김시번 연출가는 "포스터를 비롯한 인쇄물을 통합제작해서 제작비용을 줄이고 홍보비용도 줄이는 등 협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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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번 연출가는 "공연 한편 출연하고 받는 돈은 천차만별이지만 대다수는 3~5만 원을 받아요. 월 20-30회의 공연을 해도 100만 원 벌기가 쉽지 않은 거죠"라고 말했다.
배우를 정상적으로 고용해 순수예술 연극 사업을 벌여 수지타산을 맞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배우들은 주주로 연극에 참여한다. 이른바, '동인제 극단' 방식이다. 단원들이 제작비를 내고 공연을 하고 추후 수익금을 정산해 지분별로 나눠갖는 방식이다. 주주로 참여했으므로 적자가 나면 출연 뒤 받는 돈이 없는 경우도 있다.
사실상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을 쏟아가면서까지 연극을 하는 셈이다. 언제 연극에 캐스팅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연극 캐스팅되면 바로 그만두거나 시간조정을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설상가상으로, 대학로에 있는 상점들은 연극인을 아르바이트로 쓰기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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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화 씨는 "연극으로는 술값 정도 벌어요. 그런데도 연극을 왜 하느냐고요? 시간여행 하는 기분이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이죠. 연극이 시작되면 무대가 아닌 다른 세계가 되죠"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숙주탐구> 연습을 하다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했다. 미래를 걱정하는 하루하루에 이미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연극만큼 좋은 게 없다고 한다.
그는 "많은 연극인들이 순수함을 가지고 연극예술에 나의 모든 걸 쏟아 부으면 연극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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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번 연출가는 "대학로의 지대가 점점 상승하고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소극장이 문을 닫는 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극장과 연극은 줄고 술집과 맛집은 늘어납니다. 대학로의 근본적인 힘이 무엇인지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봅니다. 예술이 주인이 되고 연극인이 활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유지되길 바랍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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