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세’라고 표현했습니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reciprocal tax’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말로는 reciprocal이 <상호적인, 서로의, 호혜적인>으로 번역됩니다. 하지만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이 세금에 대해 ‘상대국이 자국의 수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그에 상응해 그 나라로부터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로 도움을 준다는 본질적인 의미의 reciprocal이 아니라 ‘보복세’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여기서 드는 한가지 의문, 과연 미국은 한중일로부터 얼마나 많은 무역적자를 보고 있길래 보복세까지 운운하는 것일까? 입니다. 산업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품무역수지를 기존으로 대미 흑자 1위는 중국입니다. 무려 3,752억 달러, 우리 돈으로 375조 원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정부 예산(400조 원)에 육박하는 규모입니다. 2위는 멕시코로 710억 달러, 3위가 일본으로 688억 달러 입니다. 한국은 10위로 228억 달러, 22조 원인데 2016년에 비해서는 50억 달러가 줄어든 수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이상 그냥 없었던 일로 치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음 관심사는 어떤 품목에 대해 어느 정도 세율이 매겨질 지가 되겠죠. 하지만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하나 짐작해볼 보도가 있는데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중국과의 관세율로 보복세의 윤곽을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3.5%이며 실제 교역량을 반영해 계산된 무역가중평균관세율은 2.4%입니다. 반면, 중국은 평균 관세율 9.9%에 무역가중평균관세율도 4.4%로 미국보다 높습니다. 이 간극만큼 또는 이를 넘어서는 관세를 미국이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집니다.
미국 내에서도 무역업계는 물론 공화당 내에서 반발할 조짐이 있다고 합니다. 보복세만큼 수입품 가격이 오를 텐데, 공화당의 기반이 되는 미국 중산층 생계에 주름을 지울 거라는 논리입니다. 여기에 세금과 관세 문제 결정은 최종적으로 미 의회의 영역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보복세는 오는 11월 중간 선거에 이용하기 위한 정치적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대선 공약을 줄기차게 밀어붙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의 사례를 들어보더라도 대선 기간 “한미 FTA는 재앙적 거래”라고 주장하면서 폐기 가능성을 시사했던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실제로 한미 FTA는 미국의 폐기 위협에 밀려 개정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지난달에는 16년 만에 세이프가드가 부활하면서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해 최고 50%의 관세폭탄이 투하됐습니다.
함께 관세폭탄을 맞은 중국의 경우에는 이르면 이달 중에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발표가 예상되고 있고, 스페셜301조를 동원한 지적재산권 도용 조사 결과 발표도 목전에 있습니다. 그동안 입안의 혀처럼 미국에 밀착해있던 일본도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세 과녁까지는 피하지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무역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보이면서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속셈입니다. 무역에는 동맹국이 없다는 트럼프의 경고가 예사롭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