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고작 6mm 길이의 곤충에 한국 사회는 들썩였다. 생전 보지 못한 외래종 '붉은 불개미'가 몰고 온 건 불안과 공포였다. 물리면 죽을 수 있다는 말에 공포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한 외래종의 습격. 우리나라는 어떤 대비책을 가지고 있을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① 청와대에 침투한 공포의 존재…그의 이름 '꽃매미'>기사에 이어 한국의 외래생물 현황과 대응책 등에 대해 알아봤다.
● '지구상 생물종은 줄고, 외래생물은 늘어나고'…국내 외래생물 7년 전 대비 2.5배 증가
지구 생물종 수는 빠르게 줄고 있다. 이미 10여 년 전, UN은 생물종 감소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지난 2005년, 새천년생태계평가를 통해 생물종의 멸종 속도가 인간의 활동으로 과거 보다 최대 1,000배나 빨라졌다고 발표한 것이다. 세계자연보전기금(WWF)도 지난 2014년, 지난 40여 년 간 생물종의 개체군 크기가 52%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생물종 감소의 원인은 다양하다. 도시화와 난개발로 인한 서식지 훼손, 남획, 기후변화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 전문가들은 또 다른 주요 요인으로 '외래생물'을 꼽고 있다. 특히 17세기 이후, 원인이 확인된 동물 멸종의 40%가 외래생물 탓이라고 분석한다. 생물 다양성의 파괴자로 침입외래생물이 지목된 것이다.
지구의 생물종은 감소하는 반면, 개별 국가의 외래생물은 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에선 외래생물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 '외국에서 인위적 또는 자연적으로 유입돼 본래 서식지를 벗어나 존재하는 생물'이라고 규정한다. 그렇다면, 100년 전, 200년 전에 국내에 유입된 생물도 외래생물일까.
외래종정부에서 파악한 외래생물은 지난 2009년 894종에서 지난해 2,208종으로 2.5배 이상 증가했다. <마부작침> 분석 결과, 이중 동물이 1,874종(84.9%)으로 식물 334종(15.1%)보다 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동물 중에서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건 어류다. 2011년 146종에 불과했던 외래어류는, 지난해 6배 이상 증가한 902종으로 나타나, 2017년 현재 전체 외래생물(2,208종) 중 40.9%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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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외래동물이 급증한 이유를 환경당국은 정확하게 파악하진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외래생물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앞으로 보완해나갈 계획"이라며 "2010년 이후 해수부에서 외래어종에 대한 집계를 해서 동물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 모든 외래생물이 나쁘다? 유익한 외래종과 해로운 외래종
고유한 생태계를 훼손해 '침입자'라는 별명이 있지만, 모든 외래종이 위험하진 않다. 경제성,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유익한 외래종도 있다. 단적으로 최근 유입된 고무나무와 블루베리처럼 농장의 고수익 상품으로 자리 잡은 품종도 있다. 고려 말, 문익점 선생이 원나라에서 숨겨 들어온 목화씨도 당시 기준으론 외래생물로 봐야하지 않을까.
문제가 되는 건 국내에서 천적이 없거나,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인체에 유해한 외래생물이다. 흔히 '침입외래종'이라고 불리우는 이 '골칫거리'들이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피해 규모를 늘리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 2004년에 침입외래종 방제비용으로 1,200억 달러가 지출됐고, 2012년 외래종에 인한 농업 피해 규모가 130억 달러에 달했다고 보고됐다. 중국 역시 지난 2006년 기준 외래생물로 인한 피해액이 144억 달러로 추산됐다.
● 2013년 제정 생물다양성법…생태계교란종과 위해우려종
한국 역시 이런 위험성을 각성하고 지난 2013년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법', 이른바 '생물다양성법'을 시행했다.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외래생물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법에 근거해 위험한 외래생물을 별도로 선정하고 있다.
외래종'생태계교란종'이 이미 유입된 외래종에 초점을 둔다면, '위해우려종'은 예방에 방점을 두고 있다. 국내에 유입될 경우 생태계를 훼손할 외래생물을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해 고시하고 법으로 유입을 막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지난 2014년 1월 1일 사슴쥐를 시작으로 2017년 8월 25일 벼과 식물(학명:Spartina densiflora)까지 모두 127종(동물 81종, 식물 46종)의 위해우려종을 고지했다. 아직 유입되지 않은 위험한 외래종을 특별 관리해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생태계교란종은 생물다양성법 이전부터 지정했지만, 실제 관리는 미흡한 게 현실이다. 사람들 기억 속에 '외래생물'이라는 사실이 이미 희미해져 버린 황소개구리가 대표적이다. 골칫덩이 외래생물의 조상격인 황소개구리는 1998년 2월 19일, 파랑볼우럭·큰입배스와 함께 생태계교란생물로 최초 지정됐다. 이후 지난해 6월 15일 지정된 갯줄풀과 영국갯끈풀까지 생태계교란종은 현재까지 모두 20종(동물 4종, 식물 16종)이다.
20년 전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황소개구리지만, 여전히 토종물고기를 마구 잡아먹는 먹이사슬의 파괴자로 우리 생태계에서 활개치고 있다. 낙동강 인근 지자체에선 또 다른 생태계교란종인 큰입배스(1㎏당 5천 원), 파랑볼우럭(1㎏당 5천 원), 붉은귀거북(1마리당 5천 원), 괴물쥐 뉴트리아(1마리당 2만 원)와 함께 시민이 잡아오면 1㎏당 몸값 5천 원 씩 보상하고 있지만, 퇴치 작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인간의 욕심이 부른 외래종…외래종 탓만 할 수 없는 이유
생태계교란생물 20종은 직접적인 위해를 주는 생물들이다. 한마디로 가장 문제적인 외래생물이다. 이들은 원산지에선 토착종으로 대우를 받았지만, 한국으로 오면서 '최악의 골칫거리, 생태계 파괴자'라는 취급을 받고 있다.
생태계교란생물 20종 가운데 원산지가 확인되는 건 18종 뿐이다. 이들 중 12종이 미국 등 북미 지역이 고향이다. 한국으로 건너온 시기가 가장 오래된 건 황소개구리로, 지난 1959년에 미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최근 유입된 교란생물은 애기수영으로 지난 2011년 유럽에서 넘어왔다. 도입시기와 교란생물 지정 시기에 상당한 격차가 있는 생물도 있다. 양미역취다. 1964~1980년 사이 한국에 넘어왔는데, 약 40년 뒤인 2009년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됐다.
피해 사례만 보면 존재 자체로 악질 외래종이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의 자업자득이다.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한국에 오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0종 중 도입 목적이 명확히 확인된 건 8종이다. 그리고 8종 모두 자연적 유입이 아닌, 인간에 의해 의도적으로 반입됐다. 황소개구리는 식용 목적으로 수입됐고, 배스는 자원 조성용으로 들여와 하천에 직접 방류된 경우다. 모피와 식용으로 수입된 뉴트리아는 수요가 없자 농가에서 사육을 포기했다. 이후 자연으로 방출됐고, 결국 낙동강 인근에서 뱀까지 잡아먹는 '천적이 없는 파괴자'로 군림하고 있다. 관상용으로 수입된 미국쑥부쟁이는 엄청난 번식력으로 고유 식물을 밀어내고 전국적으로 서식지를 확대하고 있다.
※ 생태계교란생물을 포함한 외래생물 상세 정보는 http://mabu.newscloud.sbs.co.kr/20171030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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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안혜민 분석가 (hyeminan@sbs.co.kr)
디자인/개발: 임송이
인턴: 홍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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