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배 없으면 취직 안 돼"…되풀이되는 '채용 청탁'과 '현대판 음서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채용 청탁·비리 의혹은 잊을 만하면 되풀이됐습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지난 2013년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청탁을 받고 신입사원을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한국GM은 2012~2016년까지 채용된 346명 중 35.5%에 달하는 123명이 성적조작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입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8월에는 삼성그룹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휴대전화에서 기업, 언론계, 법조계 고위층 인사들의 채용 청탁 문자가 발견돼 논란이 됐습니다.
이런 현실은 설문조사결과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가 지난해 기업 인사담당자 3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취업 청탁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40.7%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48.8%는 실제로 채용에 도움을 줬다'고 답했습니다. '채용에 도움을 준 지원자가 최종 입사했다'는 답변도 96.7%로 나타났습니다. 인사담당자 10명 중 4명은 채용 청탁을 받은 적이 있고 이 중 절반에 가까운 청탁이 실행에 옮겨진 셈입니다.
기업의 임직원 자녀를 채용 과정에서 우대하는 '현대판 음서제'도 실제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2,769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벌인 '단체협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사업장의 25.1%에 달하는 694개 사업장이 재직자 자녀 우선 채용 조항 등 불공정한 규정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에는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한국GM, 대우조선해양 등 사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공기업도 포함됐습니다.
채용 청탁과 현대판 음서제, 新(신) 음서제를 막기 위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 중이고 올 하반기부터는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지 등 가까운 사람들끼리는 채용 청탁을 신고할 가능성이 작아 사실상 적발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블라인드 채용 역시 민간기업에는 해당이 안 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정부 감사 과정에서 부정한 채용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며 "감사를 철저히 해야 할 뿐 아니라 채용 비리가 밝혀졌을 때 연루된 직원과 기관장, 공기업 자체에도 불이익을 주는 등 조직적으로 청탁을 근절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민간기업의 경우 채용 청탁 신고 의무를 강화하는 등 회사에서 먼저 내부 지침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획·구성: 정윤식,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