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구체적인 과세 기준과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종교계가 마찰과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과세 유예 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에 비판은 거센 상태입니다. 대표 발의자인 김 의원이 현직 교회 장로인 점을 들어 '제 식구 감싸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교계 표심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판 여론 속에 법안 발의에 동참한 일부 의원은 공동발의를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오랜 논란의 역사와 논거 등을 따져봤습니다.
■ "왜 종교인 세금 안 걷나" 국세청장 고발까지 했던 50년 논란의 역사
종교인들의 세금 납부를 둘러싼 논란이 처음 제기된 건 무려 50년 전입니다. 1968년 이낙선 국세청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들에게 근로소득세를 걷겠다고 발표했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종교계의 반발로 무산된 종교인 과세 문제는 이후 격동의 한국 현대사 가운데에서도 50년 가까이 불가침의 성역으로 남았습니다.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종교계의 표를 의식해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굳건했던 장벽에 파열음이 생긴 건 지난 2006년이었습니다. 그해 4월 시민단체인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가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며 당시 국세청장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검찰이 비과세가 관행이라며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지만 논의가 공론의 장으로 부상한 계기였습니다.
그렇게 유예 기간이 흘러 시행을 불과 5개월가량 앞둔 지난 9일 다시 과세를 유예하자는 법안이 제출된 겁니다.
■ "세부 기준 만든 뒤 시행" vs "2년 유예했으면 충분"
종교인 과세 유예를 주장하는 측의 논거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일부 기업형 교회를 일터로 삼고 있는 부자 목사의 경우 대부분 세금 납부를 원하고 있는 반면 소득이 부족한 종교인들은 오히려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과세 유예론자들은 주장합니다. 김진표 의원은 지난 6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대형 교회 목사는 세금을 내고 영세한 개척교회 목사는 근로장려세제(EITC)의 혜택을 받아 최소한의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예컨대 부부의 월 소득 합계가 220만 원보다 적다면 현행 근로장려세제(EITC)에 따라 세금을 환급해 220만 원을 채워주도록 돼 있는데 종교인들은 현재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기 때문에 수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종교인에게 부과할 세금 항목 가운데 어떤 것이 소득에 해당하는지 따져 세부 기준을 만든 뒤 법안을 시행해야 된다는 것이 첫 번째 주장입니다.
종교인의 특성상 탈세 낙인이 찍히면 사실상 직업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종단별 사전협의를 통해 납세 기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김 의원은 "세무 공무원이 사찰ㆍ교회에 나와 세무조사 하는 것만으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제보가 있을 경우 세무 공무원이 직접 조사하는 대신 해당 종단에서 과세 기준에 따라 탈세 여부를 판단토록 하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습니다.
■ 종교인이 세금 납부에 모두 반대한다고? 'NO!'
과세 유예를 비판하는 논거는 이렇습니다.
종교인 과세 기준 미비와 관련해 한국납세자연맹의 김선택 회장은 "세부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 시행 자체를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김 회장은 "직업이 수만 가지인데 각 직업에 대해 모두 따로 법으로 과세 기준을 규정하는 건 아니다. 유권 해석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회장은 특히 "종교인 과세법 시행이 내년 1월인데 기획재정부에서도 실무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 세부 기준이 없다는 건 억지 주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종교인 과세는 종교인에게 세수를 충당한다는 목적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세금을 내야 한다는 조세공평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겁니다.
탈세 제보에 따른 부작용 우려에 대해 "세무 조사의 위험은 모든 납세자들이 동일하게 안고 있는 것으로 종교인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실험대에 오른 '공평 과세의 원칙'
종교인 과세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 2015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종교인은 23만 명가량입니다. 당시 정부는 이 중 20%가량인 4만 6천 명이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내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종교인 과세 시행이) 정해지는 시기에 맞춰 집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종교인 과세 유예 논란이 다시 뜨거워진 가운데 결국 종교인 과세는 시기의 문제라기보다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민 개세(皆稅)와 공평 과세의 원칙을 실현할 의지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