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법정정년을 가득 채웠다고 하더라도 56년생과 57년생은 이미 거의 은퇴했으며, 베이비부머의 마지막 세대들도 5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도 곧 은퇴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이들 베이비부머의 숫자는 720만 명을 웃돈다.
60세까지 정년을 채우는 직장인들은 그나마 낫다. 실제로 한국사회에서 정년퇴직을 하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아직 50세 중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14년도에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퇴직 평균 연령은 52.6세다. 이후 법정정년이 60세로 늘어났다고 해도 60세까지 다 채우기란 만만치 않다. 장기적인 불황에 따른 기업의 상황이 일단 녹녹치 않고 기타 이러저러한 이유로 자의든 타의든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법정정년이 이미 실시되고 있는 올해 한 해만 살펴봐도 정년으로 퇴직한 사람은 8.2%에 불과하다. 사업 부진 등의 기업 경영악화로 퇴직한 사람이 30%로 가장 많고, 권고사직이나 명예퇴직이 9.6%, 나이 들어 여러 가지 직장 생활의 불편함 등으로 퇴직한 사람도 8.5%가 된다. 결국 자신의 건강이나 가족 문제 때문에 자발적인 퇴사를 한 사람은 33% 정도에 불과하며 절반 이상이 마지못해 떠밀려 직장을 떠난 것이다.
지난해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실질적인 은퇴 나이는 72.9세, 여성은 70.4세다. 여기에서의 은퇴란 먹고 살기 위한 경제 활동을 완전히 그만두는 나이를 말한다. 산술적으로만 따져도 우리나라 일반 직장인이 평균 52세에 정년을 맞이한 뒤, 20년 이상의 밥벌이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늦은 나이까지 일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래서 퇴직은 했지만, 쉬지 못하는 사실상 은퇴 없는 사회,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중장년과 노년층의 현재의 삶이다. 먹고 살기 위해 대한민국의 중장년들은 계속 일해야 하고 그래서 일자리 박람회나 잡페어 등이 있으면 모진 결심을 하고 참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