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웨스트엔드의 뮤지컬 <겨울왕국>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아이가 3년째 "레리꼬"를 목청껏 불러왔기 때문이다. 아이들 공연이지만 티켓 가격은 성인 공연과 다르지 않아 5만 원부터 25만 원 선이다. 아이가 아무리 <겨울왕국>을 좋아한다고 한들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아직 단념은 이르니 '마법의 월요일(Magical Mondays) 티켓'을 노리면 된다! 디즈니는 '마법의 월요일'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월요일 12시, <라이언 킹>이나 <겨울 왕국> 등 그 주에 공연될 뮤지컬 티켓 수십 장을 저렴한 단일가에 판매한다.
사실 이름과 디테일만 조금씩 다를 뿐, 웨스트엔드의 많은 공연들이 비슷한 형식의 할인 티켓을 제공한다.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이런 전통은 불과 30년 전, 뉴욕 슬럼의 한 가난한 젊은이에게서 시작됐다.
선착순 34명 안에 들기: 러시 티켓
1996년, 조너선 라슨은 뮤지컬 <렌트>를 세상에 선보였다. 웨이터로 일하면서 어렵게 번 돈으로 7년간 고군분투하며 만든 이 뮤지컬은 라슨과 그 친구들처럼 가난하고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비록 라슨은 개막 전날 세상을 떠났지만, <렌트>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4개의 토니상에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렌트>의 티켓은 밥 한 끼 사 먹을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뮤지컬 속 청춘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이 아니었다. 제작진은 이 같은 아이러니를 극복하고자 획기적인 결정을 내린다. 공연 2시간 전부터 객석 첫 두 줄, 즉 34장의 티켓을 20달러에 파는 것이다. 선착순 판매였기 때문에 '서두르다, 돌진하다'라는 뜻의 '러시 티켓'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전에도 브로드웨이에 할인 티켓들은 있었지만 이는 주로 '학생'을 위한 제도였다. <렌트>는 그와 달리 할인 티켓을 구매하기 위한 어떠한 자격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 결과 행운을 거머쥐기 위해 극장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고, 가장 열광적인 팬들이 극장 맨 앞에 포진하며 자연스레 열정적인 공연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혹자는 영리한 마케팅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공연을 보고 싶은 이들의 간절함에 대한 배려도 한몫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공연의 인기가 늘어갈수록 이 할인 티켓을 사려는 사람들의 줄은 길어져만 갔고, 급기야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텐트를 치고 노숙하는 이들마저 생기자 안전에 대한 우려의 소리 또한 높았다. 결국 1년 후, <렌트>는 할인 티켓의 선착순 판매를 추첨 형식으로 대체하고 이를 '로터리 티켓'이라 이름 지었다. 매일 공연 2시간 전, 극장 박스오피스에 이름을 적어낸 사람들 중에 34명을 뽑아 할인 티켓을 살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러시 티켓의 진화: <해밀턴>의 #ham4ham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