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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2002★] '20년째 이탈리아 국민 밉상' 돼지바 심판, 뭐하고 지내요?

2002 한일 월드컵 20주년 : 대한민국 vs 이탈리아 16강전 주심 '바이런 모레노' 편

AGAIN 2002★ 그때 그 심판 - 바이런 모레노 편
한번 밉상은 영원한 밉상인 걸까요?

2002 한일 월드컵이 끝난 지 20년이 흘렀는데도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이 얼굴'은 여전히 밉상으로 통하니 말입니다.

20년째 이탈리아의 미움을 받고 있는 이 얼굴의 주인공은 바로 2002 한일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 vs 이탈리아 경기를 심판한 에콰도르 출신의 바이런 모레노 심판입니다.

이름만 들으니 누군지 전-혀 감이 안 잡히신다고요? 그렇다면 중견 배우 임채무의 돼지바 아이스크림 광고를 떠올려보시면 '아~그 사람!' 싶으실 겁니다. 주심 복장을 한 배우 임채무가 선수에게 레드카드 대신 돼지바를 번쩍 들어 올려 보이던 그 광고요. 무표정한 얼굴에 초점을 잃은 듯한(?) 동공. 모레노 심판 특유의 표정을 패러디해 만든 이 코믹한 광고는 당시 인터넷 검색 1순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박을 쳤습니다.

돼지바 CF 속 그 심판, 이제 기억이 좀 나시려나요?

늘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 국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모레노 심판은 지금도 이탈리아인들에겐 공공의 적으로 단단히 찍혀있는데요. 왜냐고요? 그때 연장전에서 헐리우드 액션을 한 이탈리아의 간판스타 프란체스코 토티에게 레드카드를 주면서 퇴장을 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때 이탈리아 국민들은 모레노의 이 판정 때문에 이탈리아가 졌다고 생각해 그야말로 난리 난리가 났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오심 논쟁 중심에 선 장본인이자 CF로 패러디까지 된 모레노 심판.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AGAIN 2002★ 그때 그 심판. 모레노 심판의 한일 월드컵 이후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AGAIN 2002★ 그때 그 심판 - 바이런 모레노 편

대한민국 vs 이탈리아 16강전=공공의 적 된 날

한일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은 매 경기마다 아시아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갈 정도로 그 기세가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16강전에서 만난 '빗장 수비(카테나치오, Catenaccio)'의 나라 이탈리아.

여기에 '전설의 골키퍼' 지안루이지 부폰, '간판 공격수' 프란체스코 토티,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 파울로 말디니 등 당시 최전성기를 누리던 '황금 라인' 선수들이 그야말로 즐비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자 예상대로 이탈리아는 거친 플레이와 특유의 '질식 수비'로 한국을 쉴 틈 없이 몰아붙였습니다. 전반 시작 5분 만에 대한민국에 페널티킥 찬스가 찾아왔지만 안정환이 실축하고 말았고, 이어 전반 18분 이탈리아의 비에리가 헤딩골로 한국의 골망을 먼저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의 시작.

후반 종료 2분 전, 이탈리아 수비수의 실수를 틈타 설기현이 날린 왼발슛이 그대로 이탈리아의 골망을 극적으로 뒤흔들었습니다.

1대 1 동점. 게임은 원점이 됐습니다. 그리고 연장전 돌입.

여기서부터 승리의 여신은 대한민국을 향해 미소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연장 전반 13분, 이탈리아 간판 스타 토티가 헐리우드 액션으로 모레노 심판에게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을 당하게 됩니다.

응...퇴장...

그리고 연장 후반 12분, 이영표의 크로스를 받은 안정환이 골든골로 경기를 끝내며 초유의 8강 진출 확정,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가 됩니다. (당시 안정환이 골든골을 넣는 순간, 에디터가 살던 아파트는 사람들의 함성으로 정말 터져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2002 대한민국 vs 이탈리아 16강전 안정환 골든골 순간. (사진=연합뉴스)
안느의 그 유명한 '반지 세리머니'.

동시에 지구 반대편 이탈리아도 다른 의미로(?) 난리가 났는데요. 토티의 퇴장을 두고 '대한민국이 심판 매수를 했다. 모레노 심판의 판정 때문에 우리가 억울하게 졌다'며 분노한 것입니다.

국제축구연맹에서도 해당 경기와 모레노 심판을 조사했지만, 2003년 무혐의 처분을 내립니다.

모레노 심판은 논란이 된 토티 퇴장을 두고 "당시 FIFA에서 할리우드 액션에 대해 엄격히 제재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경고 누적으로 토티를 퇴장시킨 것이다"라며 "퇴장당할 때 토티는 항의조차 안 했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알았다는 뜻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판정은 정당했다고 못을 박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일로 모레노 심판은 오랜 기간 공격에 시달린 것은 물론 살해 협박까지 받게 되고, 당시 이탈리아 페루자 팀에서 활약하던 안정환은 팀에서 쫓겨나기까지 합니다.

자국 에콰도르는 물론 남미를 포함해 국제 무대에서 신뢰를 받는 심판 중 한 명이었던 모레노 심판은 그렇게 이탈리아 축구팬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찍히고 맙니다.

이탈리아 국민 밉상 생활만 20년째...

2002 월드컵 1년 뒤 심판직 은퇴→마약 밀수로 감옥행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영웅'과 '공공의 적'이라는 극과 극의 타이틀을 단 채, 얼굴을 알리고 자국으로 돌아간 모레노 심판은 이후 순탄치 못한 심판 생활을 이어가다 결국 2003년 심판직을 은퇴하게 되는데요.

은퇴 이유에 대해 묻자 자신에 대한 평가가 부당하게 낮다며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다 싸우다 죽는 것이 낫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납니다.

그리고 2011년, 뜻밖의 사건으로 전 세계에 뉴스를 타게 됩니다.

2010년 9월 미국 뉴욕 JF 케네디 공항에 입국하던 도중 세관검사에서 몸에 숨긴 헤로인 뭉치가 발견된 것인데요. 당시 모레노는 자신의 가슴과 양쪽 다리 등에 무려 헤로인 4.5kg가 나눠 담긴 투명 봉투를 10개나 숨기고 있었습니다.

마약 밀수 혐의로 체포된 모레노는 이 일로 미국 연방법원으로부터 2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감옥살이를 하게 됩니다.

그를 잊지 않고 있던 이탈리아 언론은 모레노의 마약 밀수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이탈리아 골키퍼 부폰은 "아마도 모레노는 2002년에 몸속에 속옷이 아닌 마약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라고 비아냥대기도 했습니다.

이후 모레노는 인터뷰에서 "당시 가족이 협박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강제로 마약을 운반을 했어야 했다. 전처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여담으로 감옥에서도 축구 심판을 봤다고 하는데요. 감옥에 있는 동안 수감자 축구 대회를 만들어 심판을 봤다며, 축구 덕분에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감옥에서도 축구 심판을 보던 모레노는 2012년 모범수로 출소를 합니다.

"한일 월드컵 후회되는 건 딱 하나"…이탈리아 국민 밉상, 20년 만의 고백

AGAIN 2002★ 그때 그 심판 - 바이런 모레노 편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22년 4월. 모레노는 2002 한일 월드컵 20주년을 맞이해 이탈리아 매체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 화상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과 심경을 고백했습니다.

모레노는 "한일 월드컵에서 후회가 남는 장면은 단 하나다"라며 운을 뗐습니다.

이탈리아 축구팬들은 '모레노가 드디어 20년 만에 토티 퇴장에 대해 양심 고백을 하는 것인가!'하고 기대를 모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비켜나가고 말았습니다.
"16강전 당시 후반 27분 황선홍이 잠브로타를 막아서 결국 부상으로 이어졌다. 내가 후회하는 단 하나의 장면이 그 장면이다. 돌아간다면 황선홍에게 퇴장을 줬을 거다."

"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탈리아 팬들에게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욕을 먹고 있다. 하지만 나는 결백하다. 대표적으로 토티의 퇴장 상황이 비판을 받았다. 영상을 보면 한국 선수가 먼저 공을 잡았다. 이탈리아 선수가 다가가고 쓰러진다. 파울을 유도하는 장면이다. 규정상 시뮬레이션은 경고가 주어지고, 앞서 경고를 주어지니 퇴장을 당한 것이다"
- 모레노 인터뷰 중 -

모레노가 당시 자신의 판정은 10점 만점에 8.5점을 줄 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쐐기를 박자 20년 전 토티 퇴장에 대한 사과를 기대했던 이탈리아 축구팬들은 분노하며 트위터, 인스타그램 할 것 없이 비난의 화살을 연신 쏘아댔습니다.

2002 월드컵 오심 논란의 중심에 섰던 화제의 심판, 마약 밀수로 감옥행. 파란만장한 삶을 산 모레노는 현재 에콰도르에서 축구 경기 판정 관련 분석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아참, 이탈리아에서도 특유의 '무표정 짤'로 열심히 활동 중이라고 하는데요. 경기 때문에 분노가 이는 일이 생길 때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을용타 짤'을 소환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네요.

이것이 바로 '이탈리아판 을용타 짤'

(글·구성 : 김성화, 디자인 : 이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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