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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남 결혼해요" 기관·지역구에 청첩장 뿌린 의원

<앵커>

한 국회의원의 아들 결혼을 알리는 공지가 피감기관인 국세청에 올라왔습니다. 이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에게도 청첩장을 돌렸는데, 이래도 되느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조기호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주 전국에 있는 국세청 간부들에게 공유된 문서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신동근 의원 장남이 결혼한다고 알리는 내용입니다.

국장 중에 최고 실세인 기획조정관 명의 공지입니다.

결혼 날짜, 장소와 함께 신 의원 사무실 연락처가 명시돼 있습니다.

국세청은 신 의원이 직접 국정감사를 하는 기관입니다.

[신동근/국회 기획재정위 의원 (2022년 국세청 국정감사) : 이런 식으로 정부만 바라보면서 국세 행정을 해도 되겠어요.]

[김창기/국세청장 : 차질 없이 집행할 수 있도록….]

피감 기관에 자녀 결혼 소식을 알리는 게 맞는 건지 신 의원에게 물었습니다.

[신동근/국회 기획재정위 의원 : (피감 기관에는 (청첩장) 보낸 적이 있나요?) 아뇨, 전혀 없습니다. 무슨 피감 기관에 그런 걸 보내요. (국세청에 접수가 됐던데요.) 국세청에서 (국회) 대관 업무 하는 친구가 있잖아요. 이분이 조금 오버를 해서 자기가 뿌린 것 같더라고.]

하지만 국세청 관계자는 SBS에 의원실에서 나서지 않았는데 우리가 굳이 내부에 공지를 했겠냐면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신 의원은 지역구인 인천 서구에도 청첩장을 돌렸습니다.

한 주민에게는 신 의원 보좌관이 별다른 인사말 없이 누르면 청첩장으로 연결되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A 씨/인천 서구 거주 : 내가 이런 거(사업) 하니까, 저는 솔직히 말해서 좀 부담감이 들었어요. 안 가면 찍힐 것 같다는 지역구 의원한테? 뭔가 출석 확인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다른 주민도 뜨악한 반응입니다.

[B 씨/인천 서구 거주 : 국회의원 자녀가 결혼한다는데 5만 원 갖고 갈 사람이 누가 있어요. 최하 5만 원이 아니라 10만 원, 20만 원이고 많게는 뭐 50, 100만 원이고. 국회의원이 일을 해야지 자녀 결혼식으로 무슨 돈 벌 생각을 하는 건지...]

신 의원은 잘 아는 지역 단체나 지인에게만 청첩 문자를 보낸 거라고 했습니다.

[신동근/국회 기획재정위 의원 : 지역 보좌관하고 얘기를 해봤더니 웹발신을 했는데 무작위적으로 한 거 아니고 통상 관례적으로 지역 내에 유관 기관이나 단체 263명한테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신 의원이 직접 보낸 문자를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C 씨/인천 서구 거주 : 그렇게 많이 왕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소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안 갈 수도 없고 얼굴도 안 비출 수도 없고요. 굉장히 부담이 많이 크겠죠.]

국회의원이 경조사를 알리는 건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의원에게서 날아온 청첩장, 가야 할지 또, 얼마를 넣어야 할지 상대방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민철, 영상편집 : 유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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