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Fun 문화현장]
<앵커>
사람은 자신의 뒷모습을 스스로 볼 수 없죠. 그래서 가장 진솔할 수밖에 없는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존재, 그리고 그런 관계를 캔버스 위에 풀어냅니다.
문화현장,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편집없는 대화 / 9월 30일까지 / 갤러리 마리]
뒷모습만 보인 채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
온 세상이 쓸쓸함으로 가득 찬 듯하지만, 긴 팔과 큰 손으로 감싸 안은 어깨에서 따뜻한 위안이 전해집니다.
반려견을 데리고 나란히 앉아 있는 두 사람 역시 갈등이나 좌절 속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줍니다.
내가 볼 수 없는 '나'의 뒷모습을 온전히 바라봐 줄 수 있는 '너'의 존재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이이수/작가 : 우리 스스로가 볼 수 없는 모습 누군가가 보아줄 수밖에 없는 모습이 뒷모습이고 그 뒷모습이 또 어떻게 보면 가장 진솔하고 솔직한 꾸밀 수 없는 모습이기 때문에]
모양도 크기도 색도 다르지만, 세 마리 강아지는 편집이 필요 없는 대화를 통해 공존을 이뤄냅니다.
[이이수/작가 : 진짜의 만남은 진솔한 대화 근데 그 대화라는 것이 꼭 언어적 대화가 아니라 언어가 없더라도 교감되는 어떤 그 만남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거.]
작가는 대상의 형태와 색을 단순화하며 이미지에 집중합니다.
세밀하지 않게 처리된 외곽선과 점만 찍은 듯한 눈, 코, 입으로 강아지의 표정을 만들어 냅니다.
몸통과 캔버스의 바탕도 각각 한 가지 색으로 무심한 듯 칠해집니다.
[이이수/작가 : 이 단순성을 통해서 관람객들이 그 대상의 그림에 집중하게 하는 그걸 주고 싶어요.]
이런 단순함과 비움의 미학은 작가의 구도자적 삶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6년간의 수녀원 생활을 뒤로하고, 그림을 통한 깨달음을 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