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10여 년이 흐른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 판매량은 53만 대, 점유율 2.7%에 그쳤습니다. 지난 2016년 주한미군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를 배치한 이후 시작된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요?
중국 차는 싸구려?
그럼 '돈 없는 중국인들이나 타는 그저 그런 차'일까요? 그렇게 알고 계신다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창청의 성공 배경에는 우리 기업의 기술 지원도 있었습니다. 창청은 지난 2014년 신형 SUV를 개발 중 경량화 기술 문제로 고전했습니다. 초기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넓혔지만 한계에 부딪쳤고 이때 나선 게 포스코였습니다. 본사 철강솔루션마케팅실과 포스코차이나에서 인력을 파견해 신차 경량화뿐 아니라 성능 향상, 제조 원가 절감까지 도왔습니다.
이런 공식적인 기술 협력 외에도 중국차의 기술 발전에는 나름 그들만의 전략이 있습니다. 전에 자동차 업계에 있는 한 지인이 중국의 기술 개발 방식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자동차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사실 엔진이 아니라 변속기, 트랜스미션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트랜스미션 개발에 4가지 핵심 기술이 필요하다고 할 경우, 주요 업체를 돌며 편의를 봐줄 테니 4가지 중 한 가지만 알려달라고 한다는 겁니다. 업체별로는 1가지씩이지만 결국 4가지 기술을 갖게 되고 어렵지 않게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거죠.
수출 시장에서 한국 따라잡은 중국 차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은 2011년 최초로 300만 대를 넘은 뒤 315만 대를 정점으로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2020년에는 전년의 240만 대보다 21.4% 감소한 189만대로 16년 만에 200만 대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물론 중국 차의 약진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자동차 수출을 장려한 데 따른 것도 있지만 중국 현지 업체 제품의 품질이 높아진 영향이 큰 것 또한 사실입니다.
무시가 능사일 수 있을까
중국인들에게 일본 차는 튼튼하고 연비가 좋은 차로 통합니다. 중고차 값도 좋습니다. 미국에서 갖고 있는 일본 차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 차는 2010년대 가성비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브랜드 가치 자체가 많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12위까지 밀렸습니다.
물론 중국 시장은 기업들에게 계륵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는 아무리 돈을 벌어도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50:50으로 법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수익이 나도 중국 내 재투자나 가능할 뿐 본국으로 수익을 보낼 수가 없는 구조라는 겁니다.
정치적 리스크에 경제적 폐쇄성 등등 중국 시장 진출의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워낙 거대한 시장이다 보니 무시할 수도 없는 게 중국입니다. 다만 중국 시장이 중국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 힘을 키운 중국 기업들이 결국 세계 시장, 그 너머 국내 시장까지 위협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 시내에서 안 보인다고 중국차를 무시하는 건 현실 외면 아닐까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