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효과 떨어진다" vs 美 보건당국 "효과 괜찮다"…이상한 공개 충돌
화이자가 발표한 자료는 델타 변이를 고려한 추가 접종계획 발표라고 돼 있습니다(Pfizer and BioNTech Provide Update on Booster Program in Light of the Delta-Variant). 이스라엘에서 실제 접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하며 "6개월이 지나면 증세 발현과 감염을 막는 효과가 줄어든다"고 적시해놨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델타 변이에 화이자 백신의 예방 효과가 64%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물론 중증 발현을 막아줄 확률은 90% 이상으로 아주 우수하다고 집계돼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델타 변이가 지배종인 국가입니다. 그래서 2회 접종을 완료하고 6개월이 지난 뒤 한 번 더 맞으면 항체를 최대 10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며 관련 자료를 규제 기관에 내고 논문으로도 발표할 거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추가 접종이 델타 변이를 포함한 변이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게 해줄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미 보건당국 연합군의 반박문은 딱 두 단락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반박 대상인 '화이자'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목도 그냥 추가 접종에 대한 CDC, FDA의 공동성명(Joint CDC and FDA Statement on Vaccine Boosters)이라고 돼 있습니다. 첫 단락은 지금 나와 있는 백신의 효능이 매우 좋아서 접종을 완료하면 델타 변이를 포함한 변이 바이러스에 잘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백신을 꼭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 단락에서 이렇게 접종을 다 마친 사람들은 부스터 접종이 현재로써는 필요 없다고 밝혔습니다. 보건당국이 추가 접종이 필요한지 엄정하게 심사하고 있으며, 그런 결정은 제약사 자료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보건당국은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축적되면 부스터 접종을 할지, 언제 할지 판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해놨습니다.
아무리 애써도 접종 늘지 않는 미국…보건당국이 긴급 대응한 이유는?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mRNA 백신의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계속 강조해왔는데, 지금 갑자기 당신들이 맞은 백신이 6개월 뒤에 효능이 떨어진다고 인정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설사 그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아직 미국인의 대다수가 접종한 지 6개월이 안되기 때문에 더 뒤에 그런 얘기는 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지금은 안티백신에 가까운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설득해 소매를 걷게 하는 것이 지상과제입니다. 미국 보건 당국이 백신 접종을 유도하기 위한 메시지 관리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이런 발 빠른 대응을 보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병원에 입원하는 거의 100%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백신만 맞으면 피할 수 있는 일이어서 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요즘 백신 접종 예약을 하면 자동으로 우버 예약도 해주고 현금카드도 주고, 심지어 복권에 당첨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안 맞는 사람들은 버티는 중입니다.
때 되면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아이폰처럼…제약사들의 속내는?
제약사들은 코로나 백신을 아이폰처럼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돌기도 합니다. 시간이 되면 업그레이드해서 최신형을 사야 하는 휴대전화처럼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백신을 계속 접종하는 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특히 mRNA 백신은 쉽게 재설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에 맞춤형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한미정상회담 기간 인터뷰 했던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도 변이에 대응하기 위한 모더나 2.0을 만들고 있다고 직접 말한 바 있습니다. 화이자도 이스라엘에서 효과가 떨어진다고 발표를 한 것을 계기 삼아서 부스터샷 계획을 발표한 것을 보면 이걸 사업적인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이스라엘에서 나온 결과와 달리, 일부 다른 연구 결과들은 화이자의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 효과도 훨씬 뛰어나고 지속 효과도 몇 년에 달한다는 것도 있습니다.
최대 42조 5천억 원 시장…부스터 접종 이면의 '쩐의 전쟁'
다양한 코로나 백신이 경쟁하는 구도가 점점 무너지는 것도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효능이 비슷한 백신이 치열하게 경쟁해야 소비자 혜택도 늘겠지만, 화이자가 무섭게 원톱으로 올라서는 게 불안한 면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화이자 CEO 불라는 스가 총리가 워싱턴에 왔을 때 장관과는 상대를 하지 않아 총리가 직접 면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기사화된 바 있습니다. G7 정상회의에도 불라 CEO가 초청받아 참석했을 정도니 코로나 백신 제약사의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해졌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백신으로 코로나 이후 세계질서의 재편을 꿈꾸고 있는 바이든 정부의 외교 구상까지 맞물리면서, 백신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커진 게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