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 결과 지난 수십년간 유럽 정치의 중심세력이었던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크게 세력을 잃고,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과 녹색당이 대약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럽의회는 28개 회원국에서 26일 밤 투표를 모두 마감한 뒤 개표를 한 결과를 토대로 유럽의회 정치그룹별 잠정의석 수를 발표했습니다.
유럽의회가 시시각각 업데이트한 정치그룹별 잠정 의석수에 따르면 27일 오전 3시(현지시간) 기준으로 전체 751석 가운데 중도 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 그룹이 179석을 얻어 유럽의회 내 제1당을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의석수(217석)보다 38석이나 줄어든 것입니다.
또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S&D) 그룹은 150석을 얻었습니다.
이로써 S&D는 제2당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현재 의석수(186석)보다 36석 줄어든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연정을 통해 유럽의회를 수십년간 지배해온 EPP와 S&D의 의석수는 329석에 불과해 과반체제(376석)가 무너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의 통합 강화를 주장하는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ADLE) 그룹은 현재(68석)보다 39석이 많은 107석을 차지하며 제3당에 올랐습니다.
이에 따라 EPP와 S&D가 유럽의회는 물론 EU 정치권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과 같은 반(反)EU 정치세력의 도전을 막아내기 위해선 ADLE 그룹에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포함된 ADLE 그룹의 정치적 영향력이 종전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 녹색당(Green) 계열은 기후변화에 대한 유럽인들의 우려에 힘입어 현재 의석수(52석)에서 18석을 늘리며 70석(전체 의석의 9.3%)을 확보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난민정책 등 EU에 반대하며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이 전체 유럽의회 의석의 4분의 1 가까이(22.9%) 차지했습니다.
이로써 60여년 EU 역사상 처음으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라는 첫 회원국 탈퇴를 앞둔 EU에서 원심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의석을 대거 상실한 EPP와 S&D 그룹 내에선 반성과 개혁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브렉시트를 앞둔 영국은 물론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과 녹색당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영국에선 개표결과 신생정당 브렉시트당이 31.71%의 지지를 얻어 전체 73석 가운데 29석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이어 자유민주당이 18.55%의 득표율로 16석을 차지했고 기성정당인 제1야당 노동당은 14.05%, 여당인 보수당은 8.71% 득표에 그쳤습니다.
녹색당(EEVL)은 13.13%의 득표율을 보이며 지난 2014년 선거 득표율(8.9%)을 크게 웃돌며 3위에 올랐습니다.
RN의 전신인 국민전선(FN)은 이미 지난 2014년 유럽의회선거에서 24.9%의 '깜짝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
모두 96석이 할당돼 EU 회원국 중에서 의원 수가 가장 많은 독일에서도 개표결과 녹색당과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지지기반을 크게 넓힌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특히 대연정 소수파인 사회민주당은 15.6% 득표에 그치며 5년 전 득표율(27.3%)의 거의 반 토막에 그쳤습니다.
반면에 녹색당은 20.7%를 득표하며 지난 선거 득표율(10.7%)의 두 배에 육박했고, AfD도 5년 전보다 3.7% 포인트 높은 10.8%의 득표율을 나타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도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가 이끄는 반난민 포퓰리스트 정당인 '동맹'이 33.64%의 득표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한편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51%를 넘어서며 지난 2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잠정적으로 집계됐습니다.
유럽의회 선거 투표율은 첫 선거인 지난 1979년 61.8%를 기록한 뒤 지속해서 떨어져 왔으며 지난 2014년엔 42.6%로 집계돼 역대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사진=유럽의회 웹사이트 캡처, 연합뉴스,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