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1일 공주보를 시작으로 수문을 열기 시작해 11월13일 세종보와 백제보도 5년 만에 꽁꽁 닫았던 보를 열었다. 공주보와 세종보는 계획대로 수위를 낮춰 올 초부터 완전 개방을 한 상태다. 세종보는 개방 전 수위 11.8미터에서 3미터나 낮췄고, 공주보도 8.75미터 수위에서 4미터 이상 낮춘 4.11미터를 유지하고 있다. 취수장과 양수장 대책을 세운 뒤 보를 전면 개방한 것이다.
거대한 콘크리트 덩이가 흉물스럽게 강바닥을 찢어 놓고 있을 뿐, 이제 보는 있으나 마나 한 상태로 강 수위가 돌아갔다. 한 달가량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세종보와 공주보 근처에서 농사용 물이 부족하다는 말은 아직 없다. 여름철이면 반복됐던 진한 녹조띠도 찾아볼 수 없다. 막혔던 물길이 트이면서 여울이 살아나고, 모래톱도 돌아왔다. 진흙밭이었던 물가에는 풀과 나무가 자라고 있다.
지하수 관정은 대부분 20~30미터 깊이로 얕게 뚫었다. 표층수를 끌어 올리다 보니 수문개방으로 강물의 수위가 낮아지자 직접 영향을 받아 물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지하 100미터 가량까지 뚫어 암반층에서 물을 퍼 올리는 농민들은 수문개방에도 물 부족을 느끼지 않았다.
겨울이 끝나 봄이 가고 여름이 왔지만 백제보의 수문은 열릴 줄 몰랐다. 환경부는 지난 6월 중순 백제보 수문 개방 일정을 밝히며 단계별로 조금씩 수문을 열어 보 개방에 따른 지하수변동을 모니터하겠다고 밝혔다. 농민들도 동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지난 7월 2일 개방한 수문은 불과 20cm에 그쳤다. 4.2미터 수위에서 4.0미터까지 찔끔 열었고 지금도 변동이 없다. 마을대표들을 설득해 보 개방에 동의를 얻었다고 했지만 농민여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반발에 부닥쳐 더 내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한 상태다.
올 초 보 개방에 따른 지하수 변동수위를 관찰하기 위해 비닐하우스단지에 뚫어놓은 모니터용 관정도 무용지물이다. 수위를 어느 정도 내릴 때 농사용 지하수가 영향을 받는지 알아야 구체적인 보 개방 계획을 마련할 수 있는데 농민들의 반발이 완강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농민들을 탓하기에 앞서 환경부의 준비와 대처가 부족했다. 지난 겨울부터 농민들의 반발이 있었고, 보개방 계획을 세운다고 했지만 7개월가량 대책 없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계절별 비닐하우스 작물 현황과 물 수요량, 암반층 관정수와 공유방법 등에 대한 전수조사와 분석도 없다. 구체적인 자료와 정보를 얻는 것은 기본이다. 농민들의 물 부족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 것인지, 아니면 좀 과장된 것인지를 따져볼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농업용수 관련 기초 데이터가 없다보니 농민들을 설득할 논리도 궁색해 보를 열면 안 된다는 주장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하고 갇혀있다.
강물을 농사에 이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쨌든 농사에 지장을 줘선 안 된다. 다른 한편으로 강물이 건강해야 농사에 이용할 수 있고, 안전한 먹거리 생산도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항구적인 대책 마련과 별도로 여름철마다 녹조에 신음하는 백제보를 살릴 방안에 대해 정부뿐 아니라 농민들도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기록적인 폭염에 녹조가 심해지고 있지만 환경부는 언제쯤 백제보를 추가로 열지 답을 못하고 있다. 최근 남조류 측정치만 해도 조류경보제 발령기준으로 보면 경계수준 <1만셀>을 6배나 넘어섰다. 수문에 막혀 질식하기 전에 강물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농민들을 설득할 구체적인 자료를 모으고 믿음을 얻을 방안을 백방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비단강의 절규를 모른 척하면 안 된다. 강이 살아야 곡식이 살고 사람이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