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반달곰연구팀은 가파른 산비탈을 오른 지 3시간여 만에 반달곰 동면굴을 발견했다. 어미 반달가슴곰이 보내오는 위치추적 신호를 안테나로 잡아 찾아간 것이다. 어두컴컴한 바위굴 안에는 갓 태어난 새끼 곰 2마리가 어미에게 착 달라붙어 있었다. 새끼 곰은 빼꼼히 굴 밖을 쳐다보며 앙증맞은 모습으로 첫인사를 했다. 3kg이 조금 넘는 몸무게로 보아 지난 1월 말쯤 태어난 것으로 추정됐고 건강 상태는 좋았다. 어미 곰은 2007년 러시아에서 들여와 지리산에 처음 방사한 올해 12살 된 반달가슴곰이다.
지난 2007년 지리산에 반달곰을 방사한 뒤 지금까지 야생에서 태어난 반달가슴곰은 44마리에 이른다. 방사 2년만인 2009년에 2마리를 시작으로 해마다 2~4마리씩 출생을 했고, 2014년 8마리, 2015년 5마리, 2016년 7마리, 지난해 4마리가 태어났다. 지리산에서 태어난 반달곰 44마리 가운데 4마리는 폐사했고, 1마리는 다리를 다쳐, 다른 1마리는 자연적응을 못해 종복원기술원으로 데려와서 지금 현재 38마리가 활동하고 있다. 어미까지 포함해 지리산 반달가슴곰 숫자는 56마리다. 오는 가을쯤 자연적응장에서 태어난 새끼 3마리를 방사하게 되면 59마리로 늘어난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반달곰 복원사업을 시작하며 목표로 한 '최소 존속 개체군' 수는 2020년까지 50마리였다. 최소 존속 개체군은 특정 생물종이 최소 단위로 존속할 수 있는 숫자다. 반달곰 복원사업의 1차 목표를 2년 앞당겨 달성한 것이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오는 9월까지 지리산 밖으로 백두대간을 따라 서식환경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또 5월부터 지자체, 시민단체, 지역주민과 함께 '반달가슴곰 공존협의체'도 만든다. 지역주민뿐 아니라 등산객을 상대로 안전수칙 홍보 및 교육을 하고, 등산로에 현수막 설치와 반달가슴곰 출현 정보 제공, 호루라기 등 안전용구 지급을 통해 곰과의 충돌을 예방하고 공존 활동을 벌여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일본 연구결과에 따르면 단독 생활을 하는 반달곰의 행동반경은 수컷의 경우 40㎢로 알려져 있다. 참나무림 분포와 도토리 생산량, 동면장소 등이 중요하다. 지리산의 먹이자원이 부족하고 영역 다툼이 일어날 경우 지리산 권역을 벗어나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6월 중순 반달곰 한 마리가 지리산에서 90km나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이 곰은 포획돼 지리산에 풀어줬는데 또다시 김천까지 이동했다가 강제로 지리산 권역으로 붙들려왔다. 반달곰이 새로운 서식지를 개척해 갔는데 지리산에 가두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일었지만 환경부는 안전사고위험을 내세웠다.
반달곰의 거주권을 제한할 권한은 우리에게 없다. 과거 반달곰이 설악산과 지리산까지 백두대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살았던 것처럼 반달곰이 살 곳은 오롯이 반달곰이 선택하도록 맡겨둬야 한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구성원으로서 서로 공존할 방안을 찾아가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