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해변이 서핑의 메카로 떠오르면서 서퍼들이 머무를 숙박시설과 음식점, 장비 가게, 유흥시설의 발달도 뒤따르고 있다. 지자체인 양양군 역시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해양스포츠센터를 비롯한 해양종합공원을 개발 중이다. 이런 움직임 때문인지 토지거래도 활발하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양양군 일대가 전국에서 토지거래가 가장 많았던 지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한국은 3면이 바다이기에 해양레저 문화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 미국에서 만났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유럽과 미국의 예를 들며 "소득 2만 달러 시대엔 골프와 스키가 성행하지만 3만 달러를 넘어서면 해양레저가 활성화되는 만큼, 만일 자신이 한국에 투자한다면 해안과 섬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의 사례를 보면 레저문화는 소득에 따른 경향성을 보인다. 일본에선 최근 스키 인구가 과거 가장 많은 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스키장의 3분의 1 이상이 문을 닫았다. 골프 인구 역시 급속히 줄고 있다. 미국도 골프 인구가 10년 새 천만 명이 감소했고, 스키 인구 역시 20년 새 30%가량 줄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들 선진국처럼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진 있지만, 지난 2011년에 스키 인구가 6백만 명을 넘어선 이후 해마다 10% 이상씩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앞서 언급한 서핑 인구의 급증세와 함께, 요트나 보트 같은 레포츠 선박의 조종 인구가 해마다 15%가량씩 늘어 지금은 2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렇게 분명한 추세적 변화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레저문화가 소득 3만 달러 시대의 특성에 본격 진입했느냐는 물음에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많다. 한국레저문화연구소의 서천범 소장은 "해양스포츠로의 변화 추세는 부정할 수 없지만, 아직은 매니아 단계에서 머무르고 있다. 여전히 레저 스포츠의 주류는 골프나 스키라고 판단되며 해양레저로의 폭발적 성장단계에는 아직 들어서지 않았다고 본다."라고 분석한다.
해양레저는 주변 산업과의 연관 효과도 크다. 골프나 스키는 당일치기가 가능하지만, 해양레저는 바닷가나 섬으로 이동해야 하고, 이동 거리와 시간 때문에 숙박을 해야 한다. 요트나 보트를 끌고 가려면 자동차도 그에 걸맞게 바꿔야 한다. 이런 레저용 선박을 둘 수 있는 전용 항구의 개발도 필요하다.
해양 레저로의 변화는 반도 국가라는 우리나라의 특성에다 국민소득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 다만,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에 빠져 야외활동을 싫어하는 젊은 층이 많다는 점, 도심 근교에 대형 레포츠 시설이 많이 들어서 멀리 가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많다는 것, 그리고 골프나 스키와 달리 노출이 많은 옷차림으로 주변 주민들과 문화적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작은 걸림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