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무단횡단이 전체 교통사고 원인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시민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이건 시민들의 기본적인 소양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인듯 합니다.
이렇게 찍힌 보행신호 위반자는 공안국 데이터베이스망과 연동돼 이름이 뭔지, 무슨 일 하는 사람인지, 몇 번이나 위반한 사람인지가 바로 확인됩니다. 사실 교통경찰이 무단횡단한 사람을 현장에서 적발하더라도 무단횡단 사실을 잡아떼면 입증에 애를 먹기 마련인데, 안면인식 신호등은 무단횡단의 모든 과정이 저장돼 있으니 위반자가 잡아 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렇게 적발된 사람은 20위안에서 50위안(약 3,400원에서 8,500원) 정도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여러 번 적발되면 황색 모자 쓰고, 깃발 들고 길거리에 나와서 교통경찰과 함께 교통정리 일을 도와줘야 합니다. 일종의 현장 정신 교육을 받는 겁니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안면인식 신호등은 산둥성 지난시, 장쑤성 쑤치엔시, 광둥성 션전시는 물론 충칭시, 푸저우시에서 이미 운용하고 있거나 그럴 예정입니다. 지난시에선 지난 5월 초부터 지금까지 한 달여 정도 안면인식신호등을 운용했는데, 6,200명 이상의 무단횡단자를 적발했습니다.
이렇게 강력하게 단속을 하다보니, 안면인식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는 아예 풍경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보행자들이 줄을 서고, 신호등을 기다리는, 말 그대로 '빨간불엔 정지, 초록불엔 보행'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겁니다. 이게 다 안면인식 신호등 덕이라며 안면인식 신호등이 교통문화를 바꿨다고 지난시 교통경찰은 반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면인식 신호등을 모두 다 찬성하는 건 아닙니다. 안면인식 신호등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교통법규 단속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마다 당연한 권리인 인격권이 지나치게 침해당하고 있고, 개인 신상정보를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것 자체가 법률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벌금 내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사실상 징벌 성격인 개인신상정보 공개는 명백한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게다가 법규를 위반한 행위에 비해 징벌이 지나치게 과하다는 점도 지적받고 있습니다. 즉 무단횡단 한 번에 이렇게까지 처벌을 받는 건 적정한 수준의 징벌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중국 교통경찰은 성년을 대상으로만 사진을 찍어 게시하고 있고, 이름과 주소, 직장 등만 게시할 뿐, 중요한 개인정보까지 다 까 보이는 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안면인식 신호등 논란은 국가의 강제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측면과 국가 강제력도 개인의 인권 보호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측면이 충돌하는 지점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한 매체가 안면인식 신호등에 대한 찬반 투표를 했는데, 찬성하는 사람이 2,000명을 넘은 반면, 반대하는 사람은 500명 정도였다고 합니다.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얘기겠죠.
그만큼 중국 사람들도 본인들이 저지르고 있는 무단횡단에 진절머리가 내고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겠지만, 자신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는 공권력의 과도한 집행에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손을 들어준 결과는 왠지 중국스럽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될 거 같습니다.
(사진=CCTV 보도 영상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