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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트럼프에 반기 든 美 기업들…"포문은 열렸다"

[월드리포트] 트럼프에 반기 든 美 기업들…"포문은 열렸다"
어느 나라 기업이든 집권 초반기 최고 권력자의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미국만 보더라도 기세등등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투자' 협박에 못 이겨 기업들이 줄줄이 해외투자 계획을 축소했는가 하면 정부에 팔 물건값을 깎아주는 경우까지 나왔습니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현 노동시장을 감안했을 때 트럼프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얼마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지 의문이지만 아마도 기업들은 감세와 규제 완화 공약 등을 믿으며 트럼프가 돌연 NAFTA 재협상을 선언하고 TPP 탈퇴를 외쳤을 때도 침묵했습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못다 지은 장벽을 짓고 그 나라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겨 건설 비용을 충당한다고 했을 때도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강경한 반이민 행정명령이 시행된 다음에는 사정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공동창업자가 직접 항의 시위에 참가한 구글은 난민들을 위해 거액의 구호기금을 조성하기로 했고 애플은 행정명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피해 직원들을 돕겠다고 밝혔습니다. 스타벅스는 5년간 난민 1만 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고 우버도 이민 문제가 있는 기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무료로 머물 곳을 제공할 계획이고 원래 사이가 좋지 않던 아마존의 CEO는 직원들에게 "회사 차원에서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IT기업들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재무장관 내정자, 최고 실세로 평가받는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배출한 골드만 삭스는 "이번 행정명령을 지지하지 않으며 연방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사내에 돌리며 월가에선 가장 먼저 나섰습니다.

물론 미국 기업들도 불안하긴 할 것 같습니다. 규제가 됐든 불매운동이 됐든 언제 어떻게 트럼프 또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반격이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 여론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이번 행정명령을 지지하고 있고 특히 공화당 지지자의 82%가 찬성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조업이나 월가보다는 IT 관련 기업들의 입장 발표가 먼저 있었고 포드의 반대 성명이 나왔지만, GM은 아직도 입을 닫고 있습니다. 동종업계 내부에서는 경쟁 기업들의 반응을 기다린 사례가 많았습니다.

미국 내 주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발하는 이유를 미국 언론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습니다. 첫째, CEO에 따라 이번 행정명령이 인도적 차원에서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굳이 '미국적 가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정책에 양심에 따라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입니다. 둘째, 보다 직접적으로는 이같은 정책이 많은 다국적 기업의 해외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고 결국 기업 또는 투자자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화된 세계 경제에서 해당 기업들의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해외 당국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는 것이죠.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일수록 트럼프를 직접 언급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재계의 충돌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보는 예측이 많습니다. 한 번 열린 포문을 다시 가동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시장에서도 보호무역주의나 강력한 반이민 정책이 가져올 후폭풍에 점점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60년대 또는 70년대, 혹은 그 이전에나 있었을 것 같은 정부-기업 관계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우리의 현실과 더욱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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