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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배추밭 신화' 평창에서 내가 이룬다!

[취재파일] '배추밭 신화' 평창에서 내가 이룬다!
7살이 되던 겨울. 아버지 손을 잡고 고랭지 배추밭에서 처음 스노보드를 배우기 시작한 소년은 어느덧 국가 대표가 돼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노리게 됐습니다. 주인공은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 선수입니다. 꽤 많은 눈이 강원도 산간지역에 내리던 날, 이상호 선수를 이 선수가 처음 보드를 접한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만났습니다.


Q. 얼마 만에 이곳에 온 건가요?
A. 10년 넘은 것 같은데요? 어릴 때 이후로 거의 안 와봤으니까요.

Q. 어때요 감회가?
A. 일단, 옛날에 제가 처음 보드를 탔던 것들이 생각이 났고 이 배추밭을 슬로프의 형태로 운영을 하셨던 분들도 정말 대단한 생각도 들고요. 이런 곳에서 슬로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보드를 탔던 초등학교 때의 저도, 그리고 친구들도 대단한 생각이 들고 많은 생각이 들어요. 여러모로 대단한 생각이 들어요. 초등학교 3, 4학년쯤? 그때 스키장에 처음 가봤어요. 원래 슬로프는 고랭지 배추밭 슬로프처럼 생긴 줄 알았는데 가니까 리프트도 있고 스키장도 엄청 크고 눈도 좋고 하니 신기했죠.


배추밭 슬로프는 특별한 곳입니다. 정선군 스키협회 관계자들이 수확을 끝낸 배추밭에 제설기를 가져와 슬로프를 만들어 놓고 아이들을 모아 가르쳤는데, 바로 이곳에서 이상호 선수의 보드 인생이 시작됐습니다. 원래 정선군청에서 근무하던 이상호 선수의 아버지가 사북읍사무소로 발령 나면서 이곳을 알게 되었고 이 선수가 처음 보드를 접한 계기가 된 것입니다.

  
Q. 어릴 때 어떤 어린이었나요?
A. 호기심이나 도전정신이 또래에 비해선 많았던 것 같아요. 깡도 있었던 것 같고요. 인기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아이들의 관심이 되곤 했죠. 어느 순간 학교 안 나왔다가 겨울 끝나면 나오고 했으니...그러니까 갑자기 왔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그런 존재?

Q. 꿈은 뭐였어요? 올림픽 메달이라든지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나요?
A. 어렸을 땐 국가대표 자체가 꿈이었죠. 솔직히 말해서 제가 어떤 선수가 되고 싶고 목표를 구체화하기 시작한 건 대학교에 들어와서부터에요. 고등학교 때만 해도 그냥 무작정 보드만 잘 타고 싶고 다른 아이들 이기고 싶었던 것이 다였어요. 구체적으로 목표를 세우지 않고 어떤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성적이 잘 나오면서 그리고 철이 조금씩 들면서 국가대표가 되었고 올림픽에 목표를 둔 선수가 됐던 것 같아요.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고, 또 관심받기 쉽지 않은 종목인데도 불구하고 관심 가져 주시고 도와주시는 분들 생기면서 기대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고요. 대학교에 올라오면서 구체적인 목표가 많이 생겼죠.

Q. 설상종목은 아무래도 좀 약하잖아요? 어때요? 방금 말한 대로 이 선수에게 관심 가지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A. 현실적으로 말하면 역사가 짧은 것은 사실이지만, 어려서부터 저와 아버지는 선수층 얇고 훈련 여건 불리하다고 해서, 좋은 곳에서 훈련한 다른 선수들에게 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진 않았어요. 불리한 조건이지만 어떻게든 극복하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우리나라는 스키장을 밤늦게까지 오픈하니까 밤에 보드를 타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더 한다거나 아니면 다른 방안을 찾으려고 했죠.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런 방법으로 훈련 여건의 차이를 극복하고 다른 선수들을 이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했어요.

이상호 스노보드 선수

많이 보도가 됐지만, 이상호 선수는 이번 시즌을 꽤 성공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시즌 첫 월드컵에서 4위를 했으니까요. 더군다나 상대선수였던 불가리아 선수는 세계 랭킹 1위였습니다. 세계적인 선수를 상대로 전혀 눌리지 않고 경기하는 모습이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습니다. 월드컵 성적도 성적이지만 그동안 세계 랭킹도 많이 올랐습니다. 지난 13-14시즌 85위였던 것을 이번 시즌에는 벌써 15위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게다가 아직까지 어리고 기량도 발전하고 있다는 점, 이 점이 이상호 선수의 평창 올림픽 메달 전망을 밝게 하는 이유입니다.


Q. 본격적으로 성적 이야기 해 볼까요? 언제부터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이 나왔나요?
A. 정확히는 작년 12월부터죠?(2015년 12월) 그 전부터 2013년, 14년부터 기술적인 면에선 완성도가 높아져서 국제 무대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어요. 문제는 기술적으론 완성돼도 정신력 부분에서 조금 모자란 것이 있었어요. 멘탈에 문제가 있어서 성적이 안 났는데 작년에 협회와 코치님 통해서 심리분석 전문가인 조수경 박사님을 알게 됐고 그분 통해서 멘탈 상담과 정신력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어요. 덕분에 정신력이 더 안정되고 강해져서 성적이 좋아졌어요.

Q. 심리훈련이 도움이 많이 됐나 보죠? 어떤 효과가 있었나요?
A. 심리 상담과 트레이닝을 받기 전에는 경기 중에 저만의 플레이에 집중 못 하고 상대방을 의식해서 실수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상담과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시합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져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Q. 어땠어요? 느낌이?
A. 뭔가 맞춰지지 않던 퍼즐이 맞춰진 느낌? 연습 땐 항상 외국의 실력자들과 비교하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고 그랬는데, 시합 땐 저 혼자 실수하고 다른 선수가 실수 안 해서 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없어지니까, 시합에서 제가 원래하던 플레이를 할 수 있어서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Q. 팀 코브라라고 유명하던데 그건 뭔가요?
A. 우리나라, 프랑스, 불가리아 세 나라 선수들이 3~4년 전부터 훈련을 같이했어요. 모든 외국 생활을 같이 하는 선수들인데 어느 날 불가리아 코치님이 항상 같이 다니기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팀 이름을 지어보자고 제안하셨어요. 그렇게 코리아, 프랑스, 불가리아 약자를 따서 이름을 코브라 팀이라고 지었죠. 외국에 많은 선수들이 저희를 그렇게 부른다고 하더라고요.

Q. 도움은 많이 되나요?
A. 많이 도움 돼요. 불가리아의 라도슬라프 얀코프 선수(이상호 선수가 4위를 한 월드컵에서 3위를 한 선수)는 지난 시즌 세계 랭킹 1위를 한 선수고, 프랑스의 실뱅 두포 선수는 지금은 저랑 얀코프 선수보다 랭킹이 낮지만 3~4년 전까지만 해도 랭킹 1위였죠. 항상 훈련을 할 때도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어서 아주 좋은 효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Q. 그럼 시합할 때 본인만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A. 제 입으로 이런 말하기가 좀 그렇지만, 끈기 있다고 할까요? 끈기 있고 도전 정신 강한 것? 그런 것이 있다 보니..(웃음) 저희 종목에선 0.1초가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질 수 있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해야 하거든요. 저만의 라이딩을 잘 펼쳐서 상대방을 이기려고 하는 끈기 같은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Q. 그럼 반대로 단점은?
A. 생각 안 해봤어요.

Q. 퍼펙트하단 건가요?
A. (큰 웃음) 단점은 있죠. 그런데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이죠. 저는 스스로에 대한 단점을 생각 안 하려고 해요. 항상 좋은 것만 생각하고 잘 될 것만 생각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것은 생각 안 하려고 해요. 그래서 딱히 생각 안 하려고... 자만한 건 아니지만 딱히 생각 안 하려고 하는 것이죠.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이상호 선수는 피겨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한 피겨여왕 김연아를 롤 모델로 삼았습니다. 올림픽 메달을 넘어 그 이후의 목표와 꿈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Q. 롤 모델은 누구에요? 그리고 라이벌은?
A. 롤 모델은 김연아 선수. 라이벌은 누구를 콕 집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왜냐하면 어떤 시합이든 본선에 올라오는 선수들은 실력자들이기 때문이에요. 누가 이길지 모르는 굉장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시합에 나서면 모두가 이겨야 할 선수들이기 때문이죠. 모두가 라이벌이에요.

Q. 그럼 올림픽 목표는?
A. 무조건 1등. 올림픽에 참가만 해도 충분히 잘한 것이지만, 그래도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고...아무래도 외국선수들에 비하면 조금이라도 홈그라운드라는 이점을 가지고 올림픽에 나갈 수 있기 때문인데, 게다가 자신감도 있어요. 그래서 올림픽에선 1등이 목표에요.

Q.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아직 어린데, 평창 다음 올림픽을 생각해 볼 수도 있어요.
A. 아직은 제가 저희 종목에서 많이 어린 편이어서 다음 올림픽 그다음 올림픽까지 제가 관리를 잘하고 실력을 유지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Q. 그럼 그 이후의 꿈은 뭐에요?
A. 졸업 후에 쉽지는 않겠지만 선생님이 된다거나 코치가 된다거나, 아니면 나중에 더 공부해 교수가 돼서 우리나라를 알파인 스노보드 종목의 강대국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 있고, 나중에 실천 여건 되면 꼭 그러고 싶어요. 최대한 노력해서 그럴 생각입니다.

Q. 훈련하면서 문제점을 느끼거나 했던 건 없나요? 메달 말고 가진 목표는 뭐에요?
A. 저도 처음에 그랬지만, 외국 실력자들과 비교한다면, 같이 훈련하는 선수들이나 시합에 뛰는 선수들, 소위 노는 물이라고 하죠? 그런 것들이 다르고 수준 차이가 많이 나니 처음에는 비슷하게 시작해도 나중에 실력 격차가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저도 지금 성적을 유지해 나아가고 후배들도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배들이 국제무대에서 통한다는 희망을 가지게 해주고, 외국 선수가 아닌 선배들의 훈련 연습을 보고 실력을 키워 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목표에요.

Q. 평창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이 필요하겠어요?
A. 아무래도 평창올림픽 좋은 성적 낸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길이 쉽게 열리겠죠? 그리고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동계에서 빙상 같은 경우에는 강대국인데 설상 같은 경우 약한 편인데, 제가 가장 앞장서서 이끌어 우리나라도 설상 강대국으로 만드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맹훈련 중인 이상호 선수는 4일 새벽 오스트리아로 출국해 훈련을 한 뒤 월드컵에 출전해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다시 한번 보드에 오릅니다. 더 좋은 선수가 돼 앞으로 우리나라를 설상종목 강대국으로 만들고 싶다는 이상호 선수. 또 다른 평창 유망주로 커 나아가고 있는 이상호 선수의 활약을 앞으로 더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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