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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내일 대한체육회장 선거, 투표율이 변수

[취재파일] 내일 대한체육회장 선거, 투표율이 변수
제40대 통합 대한체육회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내일(5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선거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지난 3월 통합된 이후에 처음 치러지는 것으로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여러모로 중차대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임기 4년의 신임 회장은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직원들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야 하고, 엘리트체육, 생활체육, 그리고 학교체육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배제하고 최소한의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 자립도 이뤄내야 합니다. 주로 국민 세금으로 이뤄진 연간 4천억원의 예산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관리하고 집행해야 합니다.  

이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모두 5명입니다. 장정수 전 민주평통 운영위원, 이에리사 전 새누리당 의원,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 부회장, 장호성 단국대 총장, 전병관 경희대 교수(기호 순)가 바로 그들입니다. 나이는 모두 60대이지만 경력과 장단점이 완전히 달라 ‘5인5색’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후보 등록 마감 이후 저마다 사활을 건 치열한 득표 작전을 펼쳤지만 판세는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사상 처음으로 경기단체 임원, 선수, 지도자, 동호인, 시도체육회 대표 등 총 1,405명의 선거인단이 한국 스포츠의 수장을 선출하기 때문입니다. 또 선거인단도 대부분 무작위 추첨으로 뽑았기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특정 세력이 선거에 개입할 여지도 별로 없게 됐습니다.

결전을 하루 앞두고 이제 누가 당선될 것인가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투표율이 큰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이번 선거는 공교롭게도 전국체육대회 개막을 2일 앞두고 치러지는데 올해 전국체전은 충청남도에서 열립니다.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선수와 지도자가 투표를 하려면 충남에서 서울로 와 투표를 한 뒤 다시 충남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영-호남 유권자의 경우는 서울에 도착해 투표를 한 뒤 충남으로 이동을 해야 합니다. 어찌됐든 저마다 1장의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거의 하루를 다 보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전국체육대회가 국내 대회 가운데에서는 가장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회 직전에 투표에만 1일을 할애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국내 체육계에서는 전국체전이란 변수 때문에 이번 체육회장 선거 투표율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투표율이 잘해야 60% 정도에 그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투표율에 따라 각 후보의 당락이 엇갈릴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 정치에서도 투표율이 20-30%밖에 되지 않는 보궐선거의 경우에는 특정 정당에 상당히 유리한 결과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럼 투표율이 낮으면 누가 유리할까요? 예를 들어 투표율이 50%에 불과하다면 이는 고정적인 지지층이 주로 투표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투표율이 이렇게 낮을 경우 확실한 ‘고정표’나 동원력을 갖고 있는 후보들이 당연히 유리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장호성 후보는 단국대를 중심으로 한 ‘대학스포츠 표’를 일정 부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국내 체육계에서 ‘거물’로 수십년간 활동해온 부친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의 인맥도 무시 못 할 수준입니다. 전병관 후보도 이른바 ‘경희대 표’에 국민생활체육회 부회장을 역임했기 때문에 ‘생활체육 표’도 어느 정도 갖고 있습니다. 이기흥 후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체육회 부회장과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하면서 다져놓은 ‘조직 표’가 만만치 않다는 평가입니다.

투표율이 높을 경우 상대적으로 유리한 후보는 이에리사 전 새누리당 의원입니다. ‘사라예보 신화’의 주역으로 탁구 스타 출신의 이에리사 후보는 선수, 지도자, 태릉선수촌장, 국회의원을 거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5명의 후보 가운데 지명도가 가장 높고 주로 엘리트 출신 체육인들의 지지를 받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을수록 당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투표율이 상당히 낮아진다면 자신의 장점이 희석되는 대신 약점이 부각됩니다. 이에리사 후보는 ‘정당 출신 출마 금지’ 규정이 뒤늦게 무효가 되는 바람에 5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늦게 가까스로 선거전에 뛰어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자신과 친했던 일부 경기인들이 일찌감치 다른 후보 캠프 진영에서 뛰고 있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또 출신 대학(명지대)과 ‘고정 표’로 얻는 이점도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출마 선언을 한 장정수 후보도 일단 투표율이 높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로 외국에서 활동한 관계로 국내 인지도가 떨어지는 핸디캡을 극복하려면 ‘바람’이 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는 흔히 ‘깜깜이 선거’로 불립니다. 후보자가 선거인단을 대면 접촉할 수 없고 오로지 선거공보, 전화, 이메일, 기타 정보통신 등으로 간접적인 선거운동을 펼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1일 한국체육학회 주최로 5명의 후보가 합동토론회를 가졌지만 후보자간 상호 질문이 금지돼 후보들의 자질(전문성, 리더십)을 정확히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대한체육회장 후보들이 투표권을 갖고 있는 선거인단을 상대로 직접 호소할 수 있는 첫 번째이자 마지막 기회는 내일 투표 직전에 투표 장소에서 열리는 정견 발표뿐입니다. 1인당 약 10분간의 연설 시간이 주어지는데 각 후보 진영은 부동층의 표심을 잡을 절호의 기회라 판단하고 강렬한 메시지 전달 방안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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