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주간 영국 전체가 반으로 찢어져 "EU에 남아야 한다", "떠나야 한다"를 외치던 투표 전날. 런던 중심의 트라팔가 광장에서는 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브렉시트(영국 EU 탈퇴) 반대 운동을 펼치다 괴한에 의해 피살된 조 콕스 하원의원의 추모 집회였습니다. 특히 이날은 콕스 의원이 살아 있으면 42번째 생일을 맞았을 날이기도 했습니다.
런던 뿐 아니라 파리, 브뤼셀, 더블린과 같은 유럽 도시와 워싱턴, 뉴욕, 시드니, 베이루트, 나이로비 등 세계 곳곳에서 콕스 의원의 42번째 생일을 기념해 추모 행사가 동시에 열렸습니다. 이때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12시간 정도 남겨 둔 시점이었는데, 최종 여론조사나 분위기로 'Remain', 즉 EU 잔류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었습니다.
아침 7시부터 15시간의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끝나고 개표가 시작됐습니다. BBC 등 모든 방송들은 41년 만의 국민 투표여서 인지, 개표가 시작된 10시부터 특집 개표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시간이 지나면서부터 벌어지기 시작한 'Leave', 즉 EU 탈퇴 우세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24일 새벽 BBC와 스카이TV 등 모든 방송이 EU 탈퇴 결정이 확실시 된다고 선언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뜬 눈으로 개표 방송을 지켜봤지만, 푹 자고 일어난 국민들은 어제와 완전히 다른 오늘에 많이 당황했을 것 같습니다. 이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EU 탈퇴 반대 시위가 간헐적으로 이어졌고, SNS를 통해 퍼져나간 반대 운동으로 28일 5만 명이 트라팔가 시위에 참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자 처음 이 시위를 제안한 젊은이들이 시위를 연기한다고 통보했습니다 (실제 트라팔가 광장의 최대 수용 인원은 1만 명 정도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젊은이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광장을 벗어나기도 했는데, 빗줄기가 굵어질수록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런던 독립’, ‘나는 영국인이 아니고 EU인이다’ 등 EU 탈퇴를 반대하는 수 많은 기발한 피켓들이 등장하고, 누군가의 선창에 맞춰 EU, EU를 크게 외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