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곰보 책상'이라 불리는 노후 책걸상이 전국 학교 책걸상의 4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일 의원실(새누리당)이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 책걸상 1626만 세트의 42.5%에 해당하는 685만 세트가 내용연수 8년 이상이 넘어 교체 대상에 해당하는 노후 책걸상으로 집계됐습니다.
단순히 오래되고 낡은 것만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책걸상들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학생들의 신체 발달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교육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초둥학교 6학년 남학생의 평균 키는 151.4cm입니다. 지난 2005년엔 142.9cm였는데, 10년 사이 8.5cm나 학생들이 커진 겁니다. 이렇게 쑥쑥 자란 학생들이 10년전 신체발달 기준으로 제작된 작은 책걸상에서 공부하고 있는 셈이지요.
"책상은 1학년 때는 좀 커서 불편했는데 3학년 때는 딱 맞았거든요. 근데 5학년 되니까 이게 너무 작아서 불편해요."
이상일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5년간 예산을 분석한 결과 복지예산은 2011년 212억 원에서 2015년 609억 원으로 약 3배인 397억 원이 늘었지만, 교육시설예산은 2011년 424억 원에서 2015년 518억 원으로 94억 원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상급식, 무상유아교육, 초등돌봄교실 등 교육 복지정책의 확대와 교육시설예산 축소가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신체에 나쁜 영항을 주는 낡은 책걸상의 교체가 시급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입학해서 이런 책상을 보고 놀라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학교에 입학하는 1학년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내 것'이 되는 게 아마도 책걸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책걸상을 만난 학생에게 학교란 어떤 곳으로 기억에 남게 될까요.
학교는 공부만 가르치는 곳이 아닙니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방법, 규범, 공중도덕 같은 '기본'을 배우게 되는 곳입니다. 학교의 '기본' 인프라가 이런데, 학생들에게 '공용물품을 내 것처럼 아끼고 학교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