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 미국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아마존에서는 중요한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아마존의 핵심 경쟁력인 상품 추천 시스템. 기존엔 편집팀 직원들이 경험과 직관으로 좋은 상품을 뽑아 추천하는 식으로 운영됐습니다. 그런데 아마존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조스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관련 상품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그리고는 직원과 경쟁을 시켜봤습니다. 결과는 로봇의 압승이었습니다. 로봇이 추천해줬을 때 더 많은 구매가 이뤄졌습니다. 추천업무를 맡았던 직원들은 대거 정리해고됐습니다.
최근 아마존은 드론을 이용한 무인 택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기계가 가능한 일이면 아마존은 사람을 해고하고 기계로 대체했습니다."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하겠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 제프 베조스는 작년 베를린 국제 노동 조합 연맹에서 최악의 보스 1위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략 때문인지 아마존에서는 직원도 로봇처럼 대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지난 16일 뉴욕타임스는 ‘가혹한 직장 아마존(Wrestling Big Ideas in a Bruising Workplace)’이라는 제목으로 아마존의 내부 실태를 폭로했습니다. 직원들을 '아마봇(아마존 로봇)'처럼 취급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여직원은 출장을 하루 앞두고 쌍둥이를 유산했습니다. 상사에게 사정을 말해봤지만, 이런 말이 돌아왔습니다. "미안하지만 당신이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아". 물류공장 직원들은 "화장실 가는 시간도 정해져 있어요"고 말합니다. 때때로 상사가 지시를 내린 뒤 언제 다 하는지 지켜보며 초단위로 시간을 잰다고 합니다. 뉴욕 타임즈 기사에 대해 제프 베조스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뉴욕 타임즈는 6개월간 100여 명의 아마존 직원들을 인터뷰한 것이라며 기사를 정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이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기계 취급을 받는 아마존. 그런 아마존은 지난 달 월마트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시장가치가 높은 유통기업이 됐습니다. 이제 아마존과 경쟁하기 위해 다른 기업도 로봇 자동화 전략을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로봇처럼 취급받은 아마존 직원들의 신세...우리 머지않은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SBS 스브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