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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장애인 주차 구역 위반계의 '레전드'

[취재파일] 장애인 주차 구역 위반계의 '레전드'
레전드(legend) : 전설 또는 전설적 인물.

레전드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장애인 주차 구역 위반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취재하는 동안 목격한 '명예의 전당' 등극 위반자는 지난 6월 G시에서 신고된 은색 G차량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공동 명의로 되어 있던 대형 차량이었는데, 6월 신고 건이 처음이 아니었다. 무려 17번째 적발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서울과 경기를 돌아다니며 꽤 다양하게 주차 위반이 적발되어 과태료가 부과되었다. 이 차량이 진정 '레전드'인 이유는 또 있다. 지금까지 부과된 모든 과태료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태료를 체납하면 차량에 압류가 걸린다. 아무리 압류가 많이 걸려도 당장 집행되는 게 아니다.

차량을 폐차하고 등록을 말소할 때에야 문제가 발생한다. 절차를 진행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차량은 아직 은색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걸 보니, 폐차하기까지는 멀어 보이고, 그냥 '배째라' 식으로 버티고 있는 것 같다.

보건복지부가 표본 자치단체의 상습 위반자 수를 조사해봤다. 인천 중구에서는 최근 3년 동안, 한 해에 2번 이상 장애인 주차 구역을 위반한 운전자가 무려 44명이나 있었다. 이 44명은 146차례에 걸쳐 주차 위반을 해왔다.

해당 지자체 설명으로는 중구에는 인천공항이 있는데, 공항 주차장에서 위반 차량이 많이 적발된다고 한다. 그런데, 인천 연수구에서도 최근 3년, 연 2회 이상 위반자가 50명, 100건, 인천 남동구에서도 48명, 100건으로 집계가 되었다. 도둑질도 해본 놈이 한다고, 장애인 주차 위반도 한 번 해보면 편하니까 계속 하게 되나 보다.

또다른 레전드이다. G시청 주차장에서 목격된 차량이다. 경.찰.차. 언뜻 보면, 뭐가 잘못된 거지 싶다. 너무나 당당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 보면, 경찰차가 주차된 곳은 다름 아닌 '장애인 주차 구역'이다. 반듯하게 잘 세워 놓은 걸 보면, 엄청 바쁜 일도 아니었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차량은 주차 위반으로 단속이 됐을까? 아니었다. 아예 신고조차 되지 않았다. 목격자는 사진을 찍어 이런 사례도 있더라 하고 장애인 협회에 '제보'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애인 협회도 미처 시청에 신고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알아서 거른 것인가.

장애인 주차 구역 취재를 하다가, 심지어 경찰차가 장애인 주차 구역에 세워져 있는 걸 봤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나도 00병원 주차장에서 봤다.', '나는 00 정부기관 주차장에서 봤다.'는 목격담이 쏟아진다.

한두 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찰차나 소방차, 응급차의 경우, 시급한 순간에는 어디든 주차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사회의 법질서를 수호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으로서 준법 정신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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