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동안의 팬 서비스를 끝낸 스파르타 전사 수 십 명은 곧 대열을 정비하고 마천루가 즐비한 궈마오, 완다 광장을 잇따라 정복하고 보무도 당당하게 마지막 격전지가 될 산리툰(三里屯)을 향해 물밀듯이 돌진해 들어갔습니다. 그 기세 앞에 그 누구도 감히 대적할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유니클로 매장내 탈의실에서 촬영된 적나라한 실사 에로 동영상이 급속도로 유포되자 공안은 즉각 수사에 나서 남녀 주인공과 최초 유포자 등 5명을 사회 질서 문란 혐의로 잡아 들였습니다.
아울러 유니클로 산리툰 지점과 중국 본사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습니다. 이 동영상 유포가 유니클로 측이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으로 치밀하게 기획한 이벤트라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니클로 측은 절대 부인하고 있지만 어찌됐건 이제 드넓은 중국 대륙에 유니클로를 모르는 젊은이들을 찾기 힘들게 됐습니다.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동영상 속 주인공들을 흉내 낸 퍼포먼스를 하는게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 됐습니다.
웨이신 등 중국의 실시간 SNS에는 스파르타 전사들과 베이징 공안국 간의 일전을 알리는 소식과 함께 중국판 아담과 이브의 '에덴의 동산'이 된 산리툰 성지를 누가 차지할 지 엇갈리는 전망들이 쏟아졌습니다.
구경을 하러 모여들었던 군중들 사이에선 일순 웃음소리가 사라졌고 그 서슬에 눌려 숨소리도 내지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건장한 이방인들은 두 팔을 뒤로 꺾인 채 복날에 개 끌려가듯 애처롭게 어디론가 연행되고 말았습니다.
자신이 고용한 용병인 스파르타 용사들의 패전 소식에 가장 기뻐한 것은 다름 아닌 이 이벤트를 기획한 업체 사장이었습니다. 업체는 즉시 거리 행진과 체포 과정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여기저기 전파했습니다. 자신들의 업체 명과 주력 상품 소개도 물론 함께 였습니다. SNS에는 스파르타 전사들이 들고 있던 제품에 관한 문의와 함께 상품을 주문하면 정말 멋진 서양 남자가 배달을 오냐는 질문이 줄을 이었습니다. 노이즈 마케팅의 대 성공이었습니다.
시장에서 상품과 관련된 잡음(noise)을 일부러 요란스럽게 화제화함으로써 소비자 또는 대중의 이목을 끌어들여 판매를 늘리려는 마케팅 기법을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화제의 내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 그 상품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고, 이는 그 상품의 구매로 직접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노이즈 마케팅을 이용하면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이고 판매량을 신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하면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지고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각종 노이즈 마케팅이 중국 시장에서 난무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6천 만 개가 넘는 기업들이 성업 중이지만 이 가운데 1%인 60만 개만 손익 분기점을 넘어 살아남는 치열한 경쟁의 장이다보니 상상가능한 모든 상술과 마케팅이 동원되는 겁니다.
최근 중국 공안은 지난 연말연초 상하이 와이탄 신년맞이 행사장 압사 사고 이후 안전사고 위험을 들어 대중 장소의 혼잡을 유발하는 이벤트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길거리에서 종종 볼 수 있던 이런 저런 눈요기들이 뜸해진 게 사실입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손님 끌기에 매달려야하는 업체들과 사회 안정을 해치는 어떤 소란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공안 간의 노이즈 숨바꼭질이 어느 지경까지 갈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