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왼쪽에 있는 여성이 미스 이스라엘 '도론 마타론', 바로 옆이 미스 레바논 '샐리 그리그'입니다. 미스 이스라엘이 이 사진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이게 레바논 국민들을 분노케 했습니다. 레바논 방송사인 알 자디드는 레바논인이 이스라엘인과 정겹게 사진을 찍었다며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알 자디드는 그러면서 독서가 취미라는 그녀가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원수 지간'이라는 건 책에서 못 본거냐며 비꼬았습니다.
분노의 화살은 물론 미스 레바논 그리그에게도 쏟아졌고, 그리그는 페이스북에 바로 해명을 올렸습니다. 요지는 마타론과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고, 사진도 찍고 싶지 않아 잘 피해다니고 있었는데, 자신이 미스 재팬, 미스 슬로베니아와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갑자기 마탈론이 끼어들어 사진을 찍었고, SNS에 올려버렸다는 겁니다. 그리그는 억울하다며, 레바논 국민들에게 계속 자신을 지지해달라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정치와 상관 없는 행사에서까지 으르렁거릴만큼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원수가 된 이유는 뭘까요?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의 전쟁에서 시작된 이들의 갈등은 레바논에 근거지를 둔 무슬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2006년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한 것을 계기로 불이 붙었습니다. 두 달간의 전쟁으로 레바논인 약 1천200명, 이스라엘인 약 160명이 숨졌습니다. 2009년엔 레바논에서 이스라엘로 로켓탄이 발사되고 이후에도 레바논과 이스라엘군이 국경지대에서 교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현재도 사실상 준전시 상태인 겁니다. 그런데 나라를 대표한 여성 2명이 현 상황과는 전혀 다르게 서로 웃고 있으니 사진 한장만 놓고보면 국민들이 보면 화가 치미는 겁니다.
미스 유니버스대회에서 이런 일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02년엔 미스 레바논인 크리스티나 사와야가 참가를 취소한 적이 있는데, 미스 이스라엘과 같은 무대에 서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오는 25일 미국의 한 방송사에서 이번 대회를 방송하기로 예정됐는데, 이들의 표정이 어떨지 사뭇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