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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파리의 선택, 디젤차 줄이고 전기차 늘리고…

[취재파일] 파리의 선택, 디젤차 줄이고 전기차 늘리고…
프랑스 파리시가 대기오염을 억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이 정책을 진두지휘한다. 이달고 시장이 내놓은 정책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미래 환경을 위한 야심찬 정책이라는 긍정론부터 급진적이고 과도하다는 부정적 반응까지 있다.

가장 충격이 큰 정책은 디젤차 운행 금지다. 이달고 시장은 2020년에 파리 시내에서 디젤 차 운행을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교통정체가 심한 도로부터 시작해 주요 도로로 금지 구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트럭이 특별한 목적 없이 파리 시내를 통과하지 못하게 막겠다고 했다. 또 우리로 치면 4대문 안이나 샹젤리제 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에 준보행자 전용구역을 만들어 디젤 승용차 통행을 막기로 했다. 처음엔 주말에 시행하고 점차 평일로 확대할 계획이다. 

디젤차의 배기가스에는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입자와 산화질소가 포함돼 있다. 파리시는 올 봄 대기오염으로 뿌연 하늘이 이어지자 17년 만에 차량 2부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판단해 보다 근본적인 조치를 마련했다.
   
디젤차 운행 금지는 5년 후에 시행될 정책이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다. 관광객이나 행인들은 디젤차가 없는 도로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낭만의 파리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디젤차 운전자들은 황당해 한다. 디젤이 휘발유보다 기름값이 싸서 디젤차를 샀는데 차를 바꾸라는 거냐고 반발한다 .  
    
파리시는 또 내년 1월부터 파리와 근교 주택에서 나무를 태워 난방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배출량의 23%가 나무 난방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50만 가구가 규제 대상이다. 같은 사회당의 환경부 장관은 무리한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이달고 파리시장은 공공대여 전기차의 새 모델인 ‘유틸리브’(Utilib)도 도입했다. 유틸리브는 3년 전 시작한 오토리브의 동생 격이다. 오토리브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한다. 가입비로 1년에 6유로(8천원)를 내고, 빌려 탈 때 마다 일정 사용료를 낸다. 100% 전기차이므로 오염물질 배출이 없다. 오토리브가 승객 중심이라면, 유티리브는 트렁크를 넓게 만들어 예술인이나 소상공인들이 짐을 싣기 좋게 만들었다. 이달고 시장은 “유틸리브는 세계 최초 모델”이며 “대기오염과 전쟁에 참여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파리시와 함께 오토리브를 운영하는 볼레로 그룹은 내년에는 컨버터블형 전기차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양한 공공 전기차 모델을 개발하면 개인이 차를 소유할 욕구가 줄어들게 돼 결과적으로 대기오염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방상 볼레로 회장은 “지금 세대가 마시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마실 공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볼레로 그룹은 또 프랑스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 수를 1만 6천 곳으로 늘리는 사업 제안서를 프랑스 정부에 제출했다. 사업비는 1억 5천만 유로(2천60억원)가 든다고 한다. 프랑스 정부는 볼레로그룹이 충전소를 설치할 공공부지의 사용료를 면제해주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해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 런던도 파리를 따라 할 모양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지는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이 이달고 파리시장처럼 강력한 대기오염 억제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존슨 시장은 런던 시내로 진입하는 차량에 대해 10파운드(1만7천원)의 혼잡 통행료를 부과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주요 도시들이 공기질 개선에 사활을 거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따져 봐야 할 시점이다. 디젤차의 종주국이나 다름없는 유럽이 디젤차와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거꾸로 디젤차 열풍이 불고 있다. 또 파리를 필두로 유럽은 전기차를 적극 보급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세계적 추세를 놓치고 조금 늦게 가다가는 아주 늦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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