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젊은 엄마는 칭얼대는 아기를 재운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태어난 지 이제 곧 100일이 되는 아기는 사실 태어난 지 며칠 만에 크게 한 번 앓았습니다. 산부인과에서 태어나 산후조리원으로 옮겨온 지 이틀 만에 로타바이러스라는 낯선 질병에 감염됐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올초부터 9월까지 접수된 '신생아 피해사례'를 조사해보니 가장 많이 나타난 사례가 '질병 감염' 이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단연 로타바이러스 감염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신생아 로타바이러스 감염 사례 취재 중 만난 또 다른 엄마는 늦둥이 딸을 낳고 초반에 매일 울었다고 말했습니다. 산부인과에서 3박4일을 보내고 산후조리원으로 온 지 일주일 만에 아기가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 산모가 알아챌 때까지 조리원 관계자 누구도 아기가 아픈 걸 먼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기 상태가 이상해 보여서 산모가 데려와 열을 재보니 아기는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고, 급히 병원으로 데려가 검사해 봤더니 로타바이러스 진단이 나왔습니다. 아기 엄마는 귀하게 얻은 늦둥이가 병원에 입원해 고생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로타바이러스의 잠복기는 1~3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사람에 따라서 좀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날짜만 따져서는 이게 병원에서 감염된 건지, 산후조리원에서 감염된 건지 확인이 어렵습니다. 또 감염 경로도 다양해서, 조리원에서 함께 쓰는 젖병을 통해 감염된 건지, 아니면 모유 수유할 때 산모의 손을 통해 감염됐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보상을 받으려면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하는데, 바로 이 부분이 어려운 거죠.
많은 산모들이 보상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소비자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는데, 사실 소비자단체들도 뾰족한 수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 말고는 해줄 말이 없습니다. 상황이 이러면 보건당국이 나서서 역학조사라도 벌이면 좋겠지만, 이것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보건당국에서는 질병의 확산속도와 위험성 정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조사를 벌여야 하는데, 신생아 로타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다른 질병보다 위험성이 낮아 우선순위에서 뒤쪽으로 밀려있습니다.
일단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을 선택할 때 젖병을 공동으로 쓰는지 등 위생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2주에 200만 원정도 하는 산후조리원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산모들은 좀 더 저렴한 곳이 없나 찾게 되는데, 싼만큼 위생 관리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봐야겠습니다.
신생아가 머무는 공간에 외부 방문객 출입을 철저히 차단하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현재 외부 방문객으로부터의 감염예방을 위해 면회실을 구비한 산후조리원은 전체 조리원의 30%도 안되는 실정입니다. 아직 면회실을 갖추지 않는 조리원이 부지기수인데, 시설설치 기준에 면회실을 의무화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모자동실, 그러니까 산모와 신생아가 같은 공간에서 숙식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신생아 감염사례 중 산후조리원에서 모자동실을 이용한 사례가 1%, 그렇지 않은 경우가 99%였다는 사실을 참고하면 모자동실의 필요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