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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아침에 보니 헤드라이트 없어졌다?…日 좀도둑 급증

[월드리포트] 아침에 보니 헤드라이트 없어졌다?…日 좀도둑 급증
자고 일어났더니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사라졌다면?
이런 황당한 일이, 요즘 일본에서 부쩍 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교도 통신이 지난 23일 보도한 자동차 헤드라이트 절도 피해차량의 모습입니다.
일본 헤드라이트 절
 
몇년 전 네덜란드에서 포르쉐 헤드라이트 좀도둑이 극성이라는 보도가 있었죠. 그 때 좀도둑의 절도 이유가 황당해서 기사가 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실내에서 마리화나를 키우기 위해서, 밝고 강렬한 열이 나는 포르쉐 제논 헤드라이트를 훔쳤다는 황당한 도둑 이야기였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급증 조짐을 보이고 있는 '헤드라이트 좀도둑'에도 재미있는 배경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일본 자동차 부품 좀도둑들의 최대 표적은 '카 내비게이션'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높은 가격이 배경이겠죠. 일본의 경우,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한번 받는 데도 우리돈 수십 만원이 들어갈 정도니까요.

일본에서 자동차 부품 좀도둑이 가장 극성인 곳은 단연 오사카인데요. 지난해 기준으로 자동차 부품 절도사건이 8,356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가운데 카 내비게이션 절도가 1,165건을 차지했습니다.

오사카 다음으로 자동차 부품 절도 사건이 많은 곳이, 나고야 시가 있는 아이치현입니다. 카 내비게이션 절도 사건만 따지면 아이치현이 오히려 더 '악명 높은' 지역인데, 2012년에 3,580건의 내비게이션 절도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592건으로 줄더니, 올해 10월말 현재 494건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카 내비게이션 절도가 급감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해 4월, 도요타 자동차와 아이치현 경찰이 '비밀번호 기능'을 도입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카 내비게이션을 한번 분리하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아예 작동하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훔쳐가도 쓸모(?)가 없으니, 피해도 줄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풍선 효과일까요?
카 내비게이션 절도 사건이 줄어들면서, 새롭게 '헤드라이트'가 수난을 입고 있습니다. '헤드라이트'가 자동차 부품 좀도둑들의 새로운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아이치현만 따져보면 2012년과 2013년 각각 26건과 27건에 불과했던 헤드라이트 절도 사건이, 올해 10월말 현재 216건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앞서 교도통신 사진처럼 일본 언론에도 헤드라이트 절도 피해가 점점 더 자주 보도되고 있습니다.

일본 경찰과 언론은, 헤드라이트 좀도둑 급증의 배경으로 '이카링(イカリング)'이라고 불리는 헤드라이트 튜닝의 유행을 꼽고 있습니다. '이카링(イカリング)'은 오징어를 잘랐을 때 나오는 '원 모양의 옆면'을 말하는데, 요즘 젊은층을 중심으로 LED 조명을 이용해 '이카링(イカリング)'처럼 둥근 모양의 화려한 헤드라이트 튜닝을 하는 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카링

인터넷 등에는 '극도로 싸다'는 뜻의 '격안(格安)' 안내문이 붙은 '이카링' 판매 사이트도 적지 않습니다. 일본 경찰은 "훔친 헤드라이트에 이카링 가공을 해서 판매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7월 아이치현에서 헤이드라이트 절도 혐의로 20대 자동차 정비공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헤드라이트 수백 개를 훔친 혐의인데, 10분이면 양쪽 헤드라이트를 모두 빼낼 수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헤드라이트 절도범을 근절할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겁니다. 절도 수법이 크게 어렵지도 않은데다 '이카링 유행'을 타고 수요(?)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헤드라이트에는 제조번호 같은 고유 번호가 없습니다. 그만큼 단속과 추적이 쉽지 않습니다.

카 내비게이션 절도를 근절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던 자동차업계와 일본 경찰이,이번에도 함께 고민중이라고 합니다. 조만간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되는데, 한국 경찰에도 틀림없이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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