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위협을 계속해오던 북한이 남한에 대해 ‘주시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말 그대로 해석하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시간을 두고 관찰하겠다는 의미다. 자신들의 의사를 표시할만큼 표시했으니 남한 정부가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잠시 수위조절을 하겠다는 것인데, 우리 정부의 입장이 변한 것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런 반응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북, 전국적 ‘모내기 전투’ 시작
‘북한의 인내심’과 맞물려 최근 눈에 띄는 대목은 북한이 농번기를 맞아 전국적인 모내기 전투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노동신문은 8일 ‘쌀은 곧 사회주의’라며 ‘전당 전국 전민이 떨쳐나 모내기 전투를 힘있게 벌이자’고 강조했다. ‘농사를 잘 지어야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대고조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릴 수 있고 인민생활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중앙TV도 ‘모두 다 떨쳐나 모내기를 제철에 질적으로 하자’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기 시작했다.
노동신문은 8일 ‘식량을 사올 데도, 식량을 보태줄 나라도 없다’며 ‘현시기 조성된 정세와 현실은 우리(북한)가 식량을 자급자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세계적인 식량위기로 인해 북한이 식량을 자급자족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올들어 계속된 긴장고조 행위로 대외적인 고립이 심화된 상태에서 외부의 식량지원이 어려워졌음을 스스로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소강상태 이어질 듯
식량 문제에 대한 북한의 이러한 고민이 정치적 문제를 일단 접어두고 모든 문제를 농사에 집중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농번기에 모내기를 제쳐두고 반미대결전을 이어가기에는 북한 정권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너무 큰 것이다. 어쩌면 북한의 인내심은 ‘참고 싶어서가 아니라 참을 수 밖에 없는 내부적 상황’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북한이 당분간 인내심을 발휘할 수 밖에 없는 국면이라면, ‘한미 대 북한’의 대립구도가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소강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소강 국면에서 대립 구도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킬 모멘텀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올초와 같은 위기 국면은 언제든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