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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손민한의 복귀를 보는 두 가지 시선

[취재파일] 손민한의 복귀를 보는 두 가지 시선
'전국구 에이스'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손민한이 다시 복귀를 노리고 있다. 현재 NC다이노스 홈구장인 마산창원구장에서 훈련하며 입단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지난 해는 입단을 눈앞에 두고 선수협회 비리에 연루돼 고소를 당하면서 꿈을 접어야했지만, 검찰의 무혐의 판정을 받은 이후 자신감을 갖고 다시 운동화 끈을 동여맸다. 

그런데 37살의 나이에 아픔을 딛고 다시 도전하는 그를 향한 두 가지 시선이 있다. 격려의 시선과 아직 가라앉지 않은 분노의 시선이다. 새삼스럽게 과거를 들추자는 건 아니지만, 분명 그가 복귀에 앞서서 해결해야할,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그의 아픔이 개인의 아픔이 아니라 한국야구 전체의 아픔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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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전성기…그리고 부상…방출

손민한이 누구인가? 1997년 롯데에 입단해 2009시즌까지 통산 103승72패 12세이브 방어율 3.42를 기록한 명실상부한 부산의 영웅이었다. 2005년에는 18승7패 방어율 2.46을 기록하며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4강 진출이 좌절된 팀에서 MVP에 뽑힌 최초의 선수였다. 이웃집 아저씨같은 얼굴과 깨끗한 매너로 전국민의 박수를 받았던 '전국구 에이스'였다. 

2008년 FA자격을 얻은 손민한은 3년간 총액 27억 원의 대형계약을 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화려했던 시절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2009년 시즌 뒤 오른쪽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만 매달리며 내리막 길을 걸었다. 팬들은 먹튀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여기에 선수협회 비리 의혹에 연루되면서 2011시즌이 끝나고 자신을 키워준 롯데에서 방출되고 만다.

선수협회장…잘못된 만남

2007년 12월 프로야구 선수협회장에 당선된 손민한은 정치인 주변을 맴돌던 권시형 씨를 사무총장으로 선임했고, 이 잘못된 만남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선수협회장은 선수 신분이기 때문에 협회의 행정 업무에 일일히 관여하기 힘들다. 대부분 실무는 사무총장이 관할하고, 선수협회장은 나중에 보고받는 정도다. 권 전 사무총장은 이 점을 악용해 선수협회 재정을 맘껏 주무르기 시작했다. 정치판을 어슬렁거리며 나쁜 것만 배웠는지 통도 꽤 컸다. 일이 커져도 너~무 커져버렸다.

한 게임업체로부터 23억 원의 뇌물을 받고 선수들 초상권을 헐값에 넘겼고, 선수협회 공금으로 개인 투자를 했다. 2천 4백만 원의 최저연봉을 받는 선수들의 회비까지 모아 만든 협회비로 연회비 천만 원이 넘는 피트니스센터 회원권을 구매한 사실도 알려졌다.

선수협회 비리가 밝혀지면서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을 때 회장이었던 손민한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나는 전혀 몰랐다. 나는 잘못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앞장서서 의혹을 풀려 하기보다, 뒤로 물러서 위기를 벗어나려고만 했다. 결국 지난 해 11월 그는 사퇴압박을 받다가 불명예 퇴진했고, 신임 선수협회는 권시형 전 사무총장과 손민한 전 회장을 배임수재 및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8월 선수협회 비리 사건에 대한 1심 공판에서 권시형 전 사무총장에게 징역 4년에 추징금 23억 3천만 원의 실형이 선고됐다. 제기된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사무총장의 비리를 전혀 몰랐던 손민한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전임 집행부의 비리에 대해 선수협회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전임 회장인 손민한은 또 침묵했다. 그리고 파문이 잠잠해 질 즈음 그는 다시 복귀를 선언한다. 그의 복귀 선언에 모든 언론이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보내는 기사가 줄을 이었다. 과거는 모두 잊은 듯 손민한의 "포기는 없다"는 인터뷰가 짠한(?) 감동까지 더했다. 비리사실을 전혀 몰랐던 회장님은 이젠 포기를 모르는 도전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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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회, "풀어야할 문제가 있다"

복귀를 선언한 손민한을 취재하기 위해 NC다이노스 홍보팀에 전화를 걸었다가 의외의 답변을 들었다. "손민한의 언론 노출에 대해 프로야구선수협회가 언짢아하고 있다. 선수협회와 손민한이 아직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 NC가 손민한에게 훈련장소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아직 NC 선수가 아닌 만큼 취재 협조를 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손민한이 적극적으로 복귀 의사를 밝혔지만, 선수협회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고, NC는 조금 당혹스런 모습이다. 선수협회는 손민한의 복귀 선언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있다. "나중에 설명드리겠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아꼈다.

손민한이 선수로 복귀를 하면 다시 선수협회 회원이 된다. 불명예 퇴진한, 아니 쫓겨나듯 물러난 전 선수협회장이 슬그머니 다시 회원으로 들어오려 하는데, 선수협회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다. 그런데도 손민한은 '도전'만을 부각시키고 있으니, 선수협회의 시선에 분노가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이제 손민한이 나서야 한다. 그라운드로 돌아오기 전에 자신의 회장 재임기간에 있었던 비리들에 대해 동료 선수들과 야구팬들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 권시형 전 사무총장의 비리행각을 방치해 선수협회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는 비난에서 그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조금이라도 상처가 남아있다면 어루만져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도의적으로 반성하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 다시는 잘못된 과거가 반복되지 않도록 선배답게 스스로 나서야 한다. 그래야 그의 새출발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손민한은 "이렇게 선수생활을 끝낼 순 없다"며 다시 도전장을 던졌다. 그리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 일은 외면하지 않고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일'은 손민한이 감당해야 할 고통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숙제다. 당당하게 다시 그라운드에 서는 전국구 에이스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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