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디플레이션 공포를 짚어보는 세 번째 시간, 오늘(25일)은 기업들 움직임입니다. 장기 불황엔 현금만한 게 없다는 판단 아래,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이고 돈 되는 건 팔아치우며 비상 경영에 들어갔습니다.
서경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남 통영의 한 중소 조선소입니다.
일감이 떨어져 기계는 멈춰 섰고 작업장은 텅 빈지 오래입니다.
직원들도 대부분 직장을 떠났습니다.
또 다른 조선소.
아직은 일감이 있어 다행이지만 그것도 연말이면 끝입니다.
[이태호/조선회사 상무 : 신규 수주를 못해서 지금 당장 저희들이 일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그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남동공단의 이 가구업체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30%나 줄자 직원을 1년새 10% 줄였습니다.
[김영찬/가구 제조회사 대표 : 지금 최대한으로 줄여 논 상태이기 때문에 여기서 더 이상 축소를 하기는 힘이 들고….]
잔업과 야근이 줄면서 밤 8시가 지나면 공단엔 불이 꺼집니다.
식어버린 공단 경기는 주변 식당가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식당 주인 : 회식은 전혀 없어요. 잔업을 안 해서 그러나 봐요.]
장기불황 우려가 퍼지면서 중소기업은 버티기에 들어갔고 대기업은 현금 확보에 혈안이 됐습니다.
하이트진로가 본사 사옥을 팔았고, 홈플러스는 매장 매각을 추진 중이며 대성산업도 백화점을 매물로 내놨습니다.
올 상반기, 상장기업들이 매물로 내놓은 부동산과 설비 등 유형자산은 8000억 원에 달합니다.
알짜 주식을 파는 회사도 많습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차 주식을 팔아 7000억 원을 확보했고, 포스코도 주식 매각으로 5800억 원을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올 1분기 상장기업 곳간에 쌓인 현금성 자산은 60조 원.
석 달 새 14%나 늘었습니다.
[김창배/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기업들이 지금은 돈을 쓸 때가 아니고, 장기전에 대비해서 실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현금확보전략에 나서고있다. 이렇게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기업들이 다투어 현금 확보에 나서면서 신규 투자 감소로 우리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김세경, 영상편집 : 오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