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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보시라이의 '날개 없는 추락'

[취재파일] 보시라이의 '날개 없는 추락'

올 가을 중국의 권력교체를 앞두고 태자당(혁명 원로의 자제)의 황태자로 승승장구해오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이 11일 중국 차기 지도부의 유력한 후보였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 서기의 당직이 정지되고 그의 아내 '구카이라이'가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는 보도를 하면서 중국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CCTV는 "중국 공산당 중앙은 보시라이 동지가 당 기율을 심각하게 위반한데 대해 그의 중앙 정치국 위원과 중앙위원 직무를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이 사건을 조사중"이라고 공식 발표를 했습니다. 직무 정지라고 했지만 사실상 '해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어 "'왕리쥔'이 보고한 영국인 닐 헤이우드 사망 사건을 공안기관이 재조사한 결과 헤이우드가 타살됐다는 증거가 있으며, 보시라이의 아내 구카이라이와 비서인 장샤오쥔이 고의 살인 혐의로 사법기관에 이송됐다"고 전했습니다. "구카이라이와 그 아들은 헤이우드와 관계가 매우 친밀했으나 이후 경제적 이익 문제로 갈등이 심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보시라이 전 서기의 당직 박탈 소식을 전하면서 "왕리쥔 사건은 국내외 악영향을 끼친 엄중한 정치 사건이고 헤이우드 사망 사건은 당과 국가지도자의 친인척 및 측근이 연관된 엄중한 형사 사건으로 보시라이의 행위는 당의 기율을 위반한 것은 물론 당과 국가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했다"며 "법 위에 군림하는 특수 당원은 없는 만큼 누구도 법률의 집행을 간섭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정치적 사망 선고를 내렸습니다.

                

중국 8대 혁명 원로인 '보이보' 전 부총리의 차남으로 화려하게 정계에 진출해 탄탄대로를 밟아온 보시라이의 실각은 측근인 왕리쥔의 미국 망명 시도와 변호사인 아내의 영국인 사업가 독살, 지도부의 권력 투쟁설이 얽히며 중국 공산당 역사상 유례없는 최대 정치 스캔들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보시라이의 실각을 사건이 일어난 순으로 재구성해보면 이렇습니다.

지난해 11월 보시라이의 아들 '보과과'의 영국 유학생활 보호자로 알려진 영국인 헤이우드가 충칭의 한 호텔에서 숨진채 발견됩니다.  생전 영국인 헤이우드는 보시라이 아들과의 인연으로 중국 충칭으로  건너와 보시라이 집안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미국에 서버를 둔 반 중국 사이트인 보쉰 닷컴은 헤이우드가 보시라이 부부가 승진을 대가로 챙긴 뇌물을 국외로 빼돌리던 해외자금책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보시라이 부부가 해외로 빼돌린 자산만 이미 80억 위안(1조 4천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보시라이의 끊임없는 여성 편력 탓에 우울증에 시달려온 구카이라이와 내연 관계로 까지 발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던중 중국 당국의 설명처럼 구카이라이와 헤이우드가 사업 문제를 놓고 분쟁이 일었고, 구카이라이가 보시라이의 집사 겸 개인 비서인 장샤오쥔에게 살인을 교사했다는 것입니다. 헤이우드는 사망 직후 부검 없이 곧바로 화장됐다고 홍콩 명보는 전했습니다. 단순 사망 사건으로 종결되는 것처럼 보였던 헤이우드 사망 사건은 그러나 보시라이의 최측근인 왕리쥔 충칭시 공안국장의 수사망에 걸려듭니다.

중국 정부는 "왕리쥔이 (조사과정에서) 헤이우드가 타살됐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을 조사했다"고 밝혔습니다. 보시라이와 함께 '범죄와의 전쟁'을 이끌며 중국 사회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왕리쥔이 지난 2월 충칭시 공안국장직에서 돌연 해임된 것은 바로 이 헤이우드 사건과 관련됐다는 것입니다. 보시라이가 자신의 집안으로 수사망이 좁혀들어오자 그를 제거했다는 것입니다.

왕리쥔은 이후 청두에 있는 미국 영사관을 찾아가 망명을 시도하는데, 보시라이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망명이 실패하면서 중국 당국에 체포된 왕리쥔은 현재 보시라이에게 불리한 결정적 증거들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시라이 부부에게 부정 부패와 살인 교사 혐의가 적용돼 있는 만큼  재기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들 부부 역시 지난달부터 베이징에 압송돼 연금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폭과의 전쟁'을 내세워 대중적 지지를 얻은 뒤 이를 바탕으로 올 가을 권력 교체 때 중국을 이끄는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을 노리던 보시라이의 정치적 야먕은 모두 물거품이 됐습니다. 부인의 살인 교사 혐의를 감추기 위해 권한을 남용하고 부하를 곤경에 몰아넣은 부패관료의 전형으로 낙인찍히면서 그를 지지했던 중국 사회내 좌파의 입지도 위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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