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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같던 축구선수 안정환

영화보다 더 영화같던 축구선수 안정환

비단 그의 외모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의 외모는 이견의 여지없이 '비현실적'이다. '저 얼굴이면 축구선수 그만두고 연예인을 해도 되겠다'는 세간의 바람은 꽃을 든 그의 '미모'가 정점을 찍던 시절,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다녔었다.

그러나, 그의 축구재능은 결코 스스로를 놓아주지 않았다. 모니터 너머의 그가 가장 섹시하게 보이는 순간은, 언제나 예외없이 그라운드 밖이 아니라 그라운드 안이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축구인생을 살았다는, 이 진부한 문장이 소름끼치도록 절절히 들어맞는 남자. '테리우스' 안정환이 2012년 1월 31일 현역서 은퇴했다.



2002년 월드컵이 신화를 남기고 마무리된 지 10주년 되는 해. 그 기억이 한국 축구의 역사를 넘어 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된 2012년, 영광의 한일 월드컵서 그라운드를 누비던 태극전사들이 하나둘씩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히딩크호의 심장이었던 박지성이 1년 앞서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것은 이제는 레전드가 된 2002 멤버들과의 이별을 시작하는 서전이었던 셈이다.

물론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필두로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 최진철 강원 FC 코치, 김태영 올림픽대표팀 코치, 최용수 FC 서울 감독, 유상철 대전 시티즌 감독처럼 지도자로 변신한 멤버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최후의 불꽃을 K리그에서 연소시키기 위해 인천 유나이티드행을 택한 설기현과 김남일, 제2의 인생을 꼼꼼히 설계한 뒤 최종 행선지로 미국 MLS를 택한 이영표는 끝을 향하고 있는 현역시절의 마지막 챕터를 아직 써 내려가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외모로나, 축구경력으로나 가장 '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안정환이 끝내 은퇴를 결정해 팬들에게 깊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별장면까지 드라마틱했던 그는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며 은퇴경기까지 거부한 굳은 결심을 전했다.

안정환이라는 축구선수가 만들어 낸 명장면들은 동료와 팬들 모두가 예외없이 '판타지스타'라는 헌사에 동의하도록 만들었을 만큼 수 없이 많지만, 역시 그의 가장 드라마틱했던 장면들은 축구선수에게는 꿈의 무대인 월드컵이 아니었을까. 2002 월드컵 미국전에서 넣은 동점골과 일명 '오노 세레머니', FIFA가 2004년 골든골 제도를 폐지할 때 역사에 남을 8대 골든골 중 하나로 꼽은 16강 이탈리아전 역전골 그리고 2006 독일 월드컵서 기록한 토고전 결승골까지. 그 의미와 파장효과를 일일이 다 분석하지 않아도 웬만한 축구팬들 머리 속에 이제는 자동입력 되어있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장면들이다.

페널티킥을 실축한 선수가, 팀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연장 후반전서, 우승후보였던 이탈리아를 상대로 넣었다는 설명은, 돌이켜 보면 '월드컵'이라는 영화의 각본을 담당하고 있는 누군가가 대회 전에 미리 써 놓은 시나리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영화는 그 선수가 소속되어있던 이탈리아 프로팀의 구단주가 '악역'으로 등장, 월드컵을 마치고 돌아온 선수를 문전박대한다는 '속편'까지 제작됐다. 모두가 현실이다.

             



눈을 의심케 하는 완벽에 가까운 외모, 너무나 아름다운 아내와 아이들까지 얻은 그의 축구인생은 종종 축구종가가 배출한 현대 축구계 최대 아이콘 데이비드 베컴의 그것과 비교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이후에도 안정환 만큼 그 자체로 상품성이 높은 축구선수가 또 나올 수 있을까?

그의 은퇴 후 행보를 응원하는 것은 그래서다. "아내의 사업을 돕겠다"는 생활인으로서의 안정환과 "유소년들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는 축구선수로서의 안정환이 누구보다 성공적인 제 2의 인생을 살기를 기대한다. 이미 수 많은 유망주들의 롤 모델인 그가 앞으로도 계속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정환이 한국 축구에 남긴 위대한 기록들을 생각하면, 그는 그런 선물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 선수다. 축구선수 안정환이 스스로 주연을 맡은 그의 축구인생은 한국 축구가 탄생시킨 최고의 흥행 블록버스터 중 하나였으니까. 안정환의 '끼'가 2%만 더 많았어도, 한국 축구의 역사가 달라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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