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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위원장 "김용순 살아있었으면.."

와병중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3년 10월 사망한 김용순 전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를 잊지 못하고 "그가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한몫 단단히 할 것"이라고 아쉬워하고 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전해 눈길을 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7일 '참된 혁명가, 실력가들을 키워내는 위대한 품'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에서 김 위원장이 김 비서가 "뜻밖의 일로 사망한 후 오늘까지도 그를 잊지 못하시며 자주 회고하신다"고 소개했다고 북한의 온라인 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전했다.

신문은 특히 이날 소개한 김 위원장의 김용순 회고 시기를 "지난 8월 어느날"이라고 밝혀 주목됐다. 김 위원장은 8월14일 보도를 끝으로 공개활동 보도가 장기간 끊겼으며, 한국 등의 정보기관들은 김 위원장이 8월 중순 뇌관련 질환으로 와병한 것으로 보고있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의 이 기사는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간부들에게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김용순 외에도 조평통 위원장을 지낸 허 담 전 대남비서, 연형묵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사망한 최측근들에 대해 회고한 사실이 북한 언론매체들에 종종 소개됐다.

그러나 김용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애석함"은 김용순이 외교관으로 "능숙하고 완력있게 벌여 맡은 과업을 훌륭히 수행"하고 대남업무를 맡아 북한이 말하는 "6.15시대"를 연 주역인 만큼 핵문제와 북미관계 및 남북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현 대외 정세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인식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낳는다.

김 위원장은 2000년 5월 중국 등 해외 방문이나 국내 시찰에 빠짐없이 김용순이 수행케 했으며, 최근엔 북한의 조선혁명박물관에 있는 '수령님(김일성)과 전우관'에 김용순의 자료를 전시토록 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2000년 6월 평양시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자신간 2차 정상회담에 앞서 환담하는 자리에 다른 간부들을 물리치고 김용순만 유일하게 왼편에 배석시킬 정도로 그를 각별히 신임했다.

김 위원장은 2003년 6월 김용순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 그를 살리기 위해 "여러 나라들에서 유능한 의사들을 데려다 치료문제를 협의하게 하고 우리나라(북한)에 없는 약과 설비면 지체없이 비행기를 띄워 날라오게" 했다고 노동신문은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또 김용순이 "대외사업을 하면서 막히는 데가 없도록 세계의 이름있는 작가, 작곡가, 미술가들의 작품들로부터 상식자료들에 이르기까지" 도서와 자료들을 직접 김용순에게 챙겨줬다고 노동신문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용순은 1984년 "당 국제부도 외교부서인 만큼 폴카등 사교춤을 배워두라"는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국제부 간부들과 춤판을 벌였다가 조직부의 감찰에 적발돼 수개월간 탄광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이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김용순이 "사업에서 엄중한 과오를 범하였던 1984년 10월"이라고만 말하고 그의 복귀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김용순의 태도는 김 위원장이 전화를 하면 "너무도 기뻐서 엎어질듯 달려가 그이 앞에선 것처럼 차렷 자세를 하고 송수화기를 들었고" 통화가 끝난 후에도 "너무도 서운하여 한참이나 송수화기를 든 채 그 자리에 서 있곤 했다"고 신문은 묘사하고 간혹 김 위원장을 떠나 있으면 "그리움으로 하여 말 그대로 앓곤 하였다"고 덧붙였다.

김용순은 1934년 7월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김일성대를 나와 1980년 10월 당 중앙위 위원에 선출됐고, 1988년 당 국제부장, 1990년 국제담당 비서로 승진했으며 1992년 4월에는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그는 허정숙 전 노동당 비서가 사망(1991.6)한 후 대남분야로 자리를 옮겨 1992년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으로 임명됐고 당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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