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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서 마약 검출…유·무죄 왜 엇갈릴까

검찰·교수·국과수 실장 공동논문

모발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된 피의자는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고 언제, 어디서 마약을 투약했는지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법원은 직접 증거 없이 모발검사 시점으로부터 1∼3개월 이내에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무죄 선고를 내린다.

마약류 모발 감정 실무자와 교수, 검사가 처음으로 '모발감정 결과에 따른 유죄 인정 범위를 확대해 달라'는 취지의 논문을 공동 작성했다.

1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민경철 서울북부지검 검사와 김진영 대검 마약감정관, 원혜욱 인하대 법대교수, 박용훈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향정약물연구실장은 '형사정책연구' 가을호에 '모발감정 결과의 증거 사용과 투약 시기 추정'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모발검사'의 원리는 = 마약을 복용하면 혈액으로 흡수돼 체내를 돌아다니다가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히로뽕은 1.5∼7일, 대마는 짧게는 1∼4일이고 주기적 흡입자는 30일까지 소변시료에서 검출된다.

따라서 소변검사는 단기간 내의 마약 복용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인 반면 모발검사는 마약이 모세혈관을 따라 모발에 흡수된 뒤 계속 남아 모발이 성장하면 함께 이동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투약 사실과 시기까지 측정할 수 있다.

눈썹·수염·음모 등 체모는 성장주기가 제각기 다르지만 머리카락은 한 달 평균 1㎝ 정도 자라기 때문에 모발검사에는 머리카락이 사용되는 것이다.

국내 감정기관은 히로뽕 복용 여부를 확인할 때 모발 50올 정도 쓰는데, 성인남자 모발 1올의 길이를 7㎝로 봤을 때 복용 시기를 3개월 단위로 확인하려면 150올이 필요하고 1개월 단위로 확인하려면 350올이 필요하다.

이처럼 투약시기를 1개월 단위로 특정하려면 충분한 머리카락 확보가 어려워 보통 3㎝ 단위로 검사해 투약 시기를 2∼3개월 단위로 추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 엇갈려 = 2000년 이후 대법원 판례를 보면 모발 감정을 통해 마약성분이 검출됐어도 공소사실의 불특정을 이유로 공소기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법원은 2006년 2월8일부터 4월7일 사이 서울 또는 부천, 인천, 시흥에서 히로뽕을 주사하거나 마신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서는 유죄를 확정했다.

반면 2007년 4월부터 6월말 사이 인천, 부천, 시흥 등에서 히로뽕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나 2005년 3월15일부터 4월10일 사이 진해에서 히로뽕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서는 시기 불특정을 이유로 공소를 기각했다.

논문은 "법원의 엇갈린 견해는 마약류 사범 처벌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마약 복용이 은밀히 이뤄지는 점과 피고인의 방어권 및 모발 감정의 신뢰성과 한계 등을 두루 고려해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의자 인권과 시료 채취의 한계를 고려했을 때 2∼3개월 단위로 검사하고 모발감정의 신뢰성이 확보되면 공소사실이 특정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모발검사에서 마약이 검출됐어도 함정에 빠진 경우 등 본인도 모르게 복용했거나 검사 과정에서 시료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법원이 유·무죄를 따질 때는 보강증거가 얼마나 있는지 사안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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