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헬기 추락으로 실종된 이란 대통령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63)는 성직자이자 법조인 출신의 강경보수 성향 정치인입니다.
36년째 재직 중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5)를 이을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 인물이기도 합니다.
서방과 이스라엘은 검사 시절 숙청 작업을 주도한 그를 '테헤란의 도살자'라고 부릅니다.
라이시 대통령은 1960년 12월 이슬람 시아파의 최대 성지 중 하나인 마슈하드 인근에서 성직자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10대 때 현재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에게 신학 도시 곰에서 신학을 배우고 1979년 이슬람혁명 전 팔레비 왕정 반대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라이시는 이슬람혁명 2년 뒤인 1981년 스무 살의 나이로 테헤란 인근 카라즈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테헤란 검찰청장과 검찰총장에 이어 2019년 대법원장에 해당하는 사법부 수장에 올랐습니다.
검찰 재직 당시 반체제 인사 숙청 작업을 이끌었습니다.
이란·이라크 전쟁 직후인 1988년 이라크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반정부 단체인 이란 인민무자헤딘기구(PMOI) 조직원들을 처형한 이른바 '호메이니 학살'에 기소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당시 5천 명 정도가 사형 집행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2009년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인 '녹색 운동'을 유혈 진압하는 데도 앞장섰습니다.
미국 행정부는 라이시 사법부가 청소년 범죄에 사형을 선고·집행하고 죄수를 고문하는 등 비인간적으로 대한다는 이유로 2019년 그를 제재 목록에 올렸습니다.
2017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하산 로하니 당시 대통령에게 져 낙선했습니다.
2021년 재도전해 득표율 61.9％로 개혁파와 혁명수비대 출신 후보를 꺾고 8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이란 정가에서는 그를 유력한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로 꼽아왔습니다.
라이시 대통령은 최고지도자의 사망 또는 유고 시 후임을 결정하는 국가지도자운영회 부의장이기도 합니다.
그가 쓰는 검은 터번과 이름 앞에 붙는 '세예드'라는 호칭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손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집안 배경과 더불어 출신지가 이란의 '종교 수도'인 마슈하드이기도 해 보수 종교계가 그의 핵심 지지 기반입니다.
정치적으로는 성차별과 사형제, 인터넷 검열을 지지하고 미국 등 서방,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강경보수로 평가받습니다.
이란 당국은 라이시 대통령 취임 이듬해인 2022년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으로 전국에서 '히잡 시위'가 확산하자 발포하며 강경 진압했습니다.
라이시 대통령은 당시 미국이 혼란과 테러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조사단은 시위대 551명이 사망했고 1천500명 넘게 체포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인권단체 이란인권(IHR)과 '사형 제도 폐지를 위해 하나로'(ECPM)는 지난해 이란에서 집행된 처형이 모두 834건으로 2015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란은 가자지구 전쟁 와중에 벌어진 시리아 주재 영사관 피폭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지난 4월 13일 밤 사상 처음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는 등 라이시 대통령 집권체제에서 대외적으로도 초강경 이미지를 굳혀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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