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 세브란스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런 증상을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을 쳤더니, 종만 울려도 침을 흘리더라’는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 빗대 설명합니다. 침대에 누우면 잠이 드는 일종의 조건반사가 성립돼야 하는데, 침대에 눕기만 하면 잠이 깨는 반대의 경우가 몸에 익은 겁니다. 제 경우가 비슷합니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짬만 나면 침대에 누워서 책도 보고, 라디오도 듣고,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더니, 침대에 눕기만 하면 정신이 번쩍 나고 말똥말똥해집니다. 수면 장애를 치료하는 의사들은 침대는 잠만 자는 공간이어야 하고, 그래서 반드시 졸릴 때만 누워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 공식이 깨지면 너무너무 고단한데도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불면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잠잘 때를 빼고는 침대에 눕지 말라는 말은 원론적으로 맞는 말입니다만, 모든 사람이 따를 수 있는 원칙은 아닙니다. 각자 집과 방의 구조를 생각해봅시다. 집집마다 방마다 다르겠지만, 상당수 방에는 침대와 옷장, 책상 정도가 있을 겁니다. 조금 넓다면 화장대나 탁자가 있겠죠. 침대 외에는 따로 앉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는 방도 상당히 많습니다. 원룸에서 자취를 하는 자취생들이 이런 고민을 할 겁니다. 그런 경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수면 장애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 역시 그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알고 있었습니다. 공간이 좁고 마땅히 쉴 곳이 없는 경우에도 침대에 앉거나 눕는 것은 가능한 피해야 하고, 차라리 방바닥에 앉는 것이 낫다고 의사들은 조언합니다.
졸음이 오기 전까지는 최대한 침대에 눕지 말고, 명상이나 복식 호흡을 하며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는 것도 중요합니다. 잠이 안 오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우리 뇌가 지나치게 각성돼서 휴식을 취할 준비가 안 돼있는 것입니다. 다음날 업무에 대한 고민,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긴장감,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았던 일 등등으로 인해 우리 뇌는 쉴 겨를이 없습니다. 늦은 밤 직장 상사나 동료가 보내는 메시지 같은 것도 잠드는 데 큰 방해가 됩니다. 이런 식으로 언제든 나가서 일할 수 있는 상태가 유지되다 보면, 쉽게 잠들거나 푹 자기 어렵습니다.
수면은 습관이고 리듬이라, 한 번 어긋난 수면 패턴을 정상화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덥고 습한 밤에는 잠을 잘 자던 사람들도 고통스러워할 정도니, 불면의 밤은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니까”라며 포기할 게 아니라,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불면증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불면증으로 인한 수면부족은 피로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장기적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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