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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례적 '탈북 공개' 러시…"하고 싶어 하는 일이 아니다"

[취재파일] 이례적 '탈북 공개' 러시…"하고 싶어 하는 일이 아니다"
오늘(11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별 기대 없이 질문을 하나 던졌는데,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이 뜻밖의 대답을 했습니다. 북한 장교의 탈북 사실을 공식 확인해 준 것입니다.

-기자 : 오늘 북한 정찰총국 대좌가 망명했다는 내용이 나왔는데, 이게 물론 통일부에서 조사를 하고 있겠지만 혹시 군 당국에서도 파악된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대변인 : 그런 사실이 있습니다.

탈북했다는 장교의 소속이 대남 공격의 선봉인 정찰총국으로 알려졌고 계급도 대좌로 높은 편이어서 초 민감 사안이었는데, 국방부는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사안은 대문짝만한 기사가 나와도 군은 ‘모르쇠’였습니다. 기자들은 술렁였고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기자 : 왜 확인해 주시는 거죠? 굉장히 이례적인 일인데요. 과거에는 그런 질문이 없었나요? 군에서는 절대 확인해 주지 않았거든요. 정보 사안이라고 그래서. 이유가 뭡니까? 배경을 한번 설명해 주시죠. 

-대변인 : 배경 특별한 건 없습니다. 사실관계를 질문하셨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기자 : 그럼 앞으로도 이런 일은 다 확인해 주시는 건가요? 그런 원칙이 확립된 것입니까? 

-대변인 :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정확하게 답변드릴 수는 없지만, 하여튼 알려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알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
탈북은 통일부와 국정원이 처리할 사안입니다. 북한 군인이 DMZ를 넘어 귀순했다고 해도 국정원이 신병을 인수합니다. 북한군 장교의 탈북 사안 처리는 국방부 업무가 아니란 뜻입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사실상 자발적으로 남의 부처 일을 확인해주는 본 적 없는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정례 브리핑이 끝나고 대변인에게 “국방부가 왜 이런 내용을 확인해주느냐”고 물었습니다. 대변인은 “나중에 때가 되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군 자체 판단으로 알려야 할 내용을 알렸다면 나중에 따로 말할 일도 없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 따로 말하겠다”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배경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다른 군 관계자에게도 “갑자기 군이 민감한 시기에 왜 이러냐”, “군이 선거 이틀 앞두고 정치하냐”고 물었습니다. 그 관계자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우린들 그런 말 하고 싶어서 했겠느냐”입니니다. 무릇 하기 싫은 일은 남이 시켜서 하기 마련입니다.

탈북 공개가 러시를 이루는 데에는 통일부가 앞장섰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8일) 북한의 해외 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했다고 유례없이 탈북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집단 탈출했다는 사실이 북에 알려지면 당사자들의 가족은 심각한 위험에 빠집니다. 탈출한 사람들의 가족들 생명이 달린 문제라 공개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통일부는 그들이 서울에 들어온 지 하루 만에 사진까지 내놓으며 북한 종업원 집단 탈출을 ‘홍보’했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생명 따위는 개의치 않는, 탈북의 ABC도 모르는 조치였습니다. 정부는 “대북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북 제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탈북 사실을 공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며칠만 참았다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후에 공개하면 대북 제재의 효과가 반감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북풍'(北風)이란 말이 나오는 데는 정부의 전례없는 탈북 사실 공개 과정과 타이밍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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