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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합수단이 겨냥한 '와일드 캣'…"부실 무기 아니다"

[취재파일] 합수단이 겨냥한 '와일드 캣'…"부실 무기 아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 수사단이 요즘 주시하고 있는 무기는 해군의 차기 해상작전헬기입니다. 차기 해상작전헬기는 지난 2013년 초 영국 아구스타 웨스트랜드의 AW-159, 일명 '와일드 캣'으로 선정됐습니다. 합수단은 와일드 캣 선정을 엉터리로 했다며 현역 장성을 포함해 해군 전현직 장교 8명을 구속 기소했습니다. 구속된 군인 수로 따지면 통영함급 방산비리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와일드 캣이 통영함과 같은 비리 무기일까요? 전혀 아닙니다. 우수한 헬기입니다. 와일드 캣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국산 헬기 수리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기종입니다.

합수단은 해군이 와일드 캣의 실물도 없는데 거짓 평가를 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 판단은 오류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발 중인 무기는 실물 없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합수단은 와일드 캣의 성능이 떨어진다고 조목조목 내역을 밝혔는데 이 역시 불분명합니다.
 
● 저잣거리 뜬소문…"와일드 캣은 부실 헬기"

작년 가을부터 와일드 캣을 둘러싼 흉흉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와일드 캣이 대잠용 어뢰 또는 대함용 미사일로 완전 무장하면 비행 시간이 몇 십분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와일드 캣의 경쟁사 쪽에서 흘린 루머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 결과도 루머 내용과 흡사합니다. 와일드 캣이 어뢰를 1발밖에 장착할 수 없고, 어뢰 또는 미사일을 탑재한 상태에서는 비행 시간에 수십분에 불과해 ROC 즉 군 작전요구 성능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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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일드 캣, ROC 충족한다"

하지만 해상작전헬기 ROC에는 '어뢰 장착 상태에서의 비행 시간' 항목 자체가 없습니다. 해상작전헬기 ROC는 '예비연료를 뺀 상태에서 소나를 달고 몇 시간 비행 가능'만 규정했습니다. 아구스타 웨스트랜드 측은 ROC를 충족할 만한 비행시간을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대잠용이 아닌 일반 해군용 와일드 캣은 그 정도 성능을 충분히 구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뢰도 합수단 주장과 달리 2발을 장착할 수 있다고 아구스타 웨스트랜드 측은 설명했습니다. 어뢰나 미사일 장착시 비행 시간도 검찰 주장과 다르다고 아구스타 웨스트랜드 측은 맞서고 있습니다.

"실물 없이 평가했다"는 합수단의 지적은 더욱 위험합니다. 개발 중인 무기는 원래 실물 없이 자료만으로도 평가하도록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습니다. 공군 차기 전투기로 최종 선정된 F-35A,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인 공군 공중급유기의 후보 기종인 KC-46A가 그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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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락 검사에 정답 있다

방위사업청은 해상작전헬기 기종으로 선정된 와일드 캣에 대한 수락 검사를 올 하반기에 실시합니다. ROC에 맞는지, 아구스타 웨스트랜드가 자신한 성능이 나오는지를 대잠 와일드 캣 실물을 놓고 평가하는 절차입니다. ROC에 안 맞으면 방위사업청은 와일드 캣 인수를 거부하게 됩니다. 해군과 방사청, 아구스타 웨스트랜드 측은 와일드 캣의 수락 검사 통과를 낙관하는 분위기입니다.

만약 와일드 캣이 수락 검사를 너끈히 통과하면 합수단의 입장이 곤란해집니다. 와일드 캣의 성능이 괜찮은 것으로 입증되면 "해군이 엉터리 평가를 했다"는 합수단의 결론은 무색해지기 때문입니다.
 
● 억울한 자와 안심하는 자

합수단은 실물도 없는 와일드 캣을 거짓 평가해서 선정했다는 혐의로 전현직 해군 장교 8명을 구속했습니다. 돈을 주고받은 혐의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여럿은 "실물 없이 평가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열심히 평가한 '죄'밖에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변호사 비용 대느라 전세 보증금, 자녀 퇴직금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에 합수단의 수갑을 피하게 됐다며 만면에 미소 짓는 자들도 몇몇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자칫 멀쩡한 헬기에 부실 헬기라는 멍에를 씌워 표리부동(表裏不同) 엉터리 헬기만 이득을 보고, 비리의 숨은 주역들만 호의호식할까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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