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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주영, 골잡이는 골로 말한다지만…

[취재파일] 박주영, 골잡이는 골로 말한다지만…
축구대표팀 그리스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박주영 선수가 국내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한 것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때 현장에 있었던 취재진 가운데 한 명입니다.

통상적으로 A매치에서 인터뷰는 세 단계로 이뤄집니다. 첫번째는 중계방송사의 플래시 인터뷰(Flash Interview)입니다. 경기가 끝난 직후 감독과 선수의 인터뷰가 중계를 통해 곧바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바로 플래시 인터뷰입니다. 다음은 공식 기자회견입니다. 경기장에 있는 기자회견실(Press Conference Room)에서 양팀 감독이 기자회견을 합니다. 보통의 경우 선수는 참가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은 믹스드 존(Mixed Zone) 인터뷰인데, '믹스드 존'은 선수와 미디어가 만나는 '공동취재구역'으로 선수들은 라커룸을 나와 믹스드 존을 거쳐 경기장을 빠져나가게 됩니다. 여기서 선수들과 다양한 인터뷰가 이뤄집니다.
박주영 취재파일용
그리스전 플래시 인터뷰에는 홍명보 감독과 손흥민 선수가 참가했습니다. 손흥민 선수도 쐐기골을 포함해 1골 1도움을 올린만큼 플래시 인터뷰의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경기의 현지 공식 후원사는 손흥민을 경기 MVP로 선정했습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한 국내 취재진들은 믹스드 존에서 박주영 선수를 기다렸습니다. 선수들이 샤워까지 마치고 나오기 때문에 경기가 끝난뒤 보통 20~30분 정도는 걸립니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 홍보 담당자가 믹스드 존으로 먼저 나와 박주영이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놀랍기는 했지만, 말은 그렇게 했어도 박주영 선수가 어차피 믹스드 존을 지나가는 만큼 직접 보고 인터뷰를 요청하면 응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박주영 선수가 믹스드 존으로 나오긴 했지만, 취재진과 시선조차 맞추지 않은 채 그대로 선수단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말을 아꼈고,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이 부담이 컸던 것 같다고만 말했습니다. 
박주영 취재파일용
박주영은 예전부터 인터뷰하기 어려운 선수로 통했습니다. FC서울 시절에도, 프랑스 AS모나코 시절에도 그랬습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 특집 제작을 위해 제 후배기자가 모나코까지 박주영을 찾아갔다가 결국 인터뷰를 못하고 돌아온 일까지 있습니다.  
 
이번 일이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단지 인터뷰를 안 했다는 이유만으로 박주영 선수를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리스전에서 보여준 박주영 선수의 활약상은 대단히 인상적이었고, 말 그대로 드라마틱했습니다. 또, 박주영 선수가 경기 후 인터뷰를 거부하기는 했어도 경기를 앞두고 훈련 첫 날에는 인터뷰를 했습니다. 스스로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쓸만큼 비장하고 진지한 자세였습니다. 그만큼 그리스전에 대한 부담과 월드컵에 대한 열망이 느껴졌습니다.

다만 두 차례나 월드컵 출전 경험이 있는 대표팀의 베테랑이자 구심점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가 경기 외적인 일로 구설에 오르는 것은 선수 본인에게도, 대표팀에게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박주영 선수는 지난 2011년 조광래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은 적이 있는데, 지금 비록 주장은 아니더라도 주장 이상의 역할을 홍명보 감독이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요?    

저는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한일전을 현장에서 취재했던 가슴 벅찬 기억이 있습니다. 사상 첫 올림픽 메달 신화를 이룬 주역들과 앞서 말씀드린 '플래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홍명보 감독과 구자철 선수, 그리고 박주영 선수를 차례로 인터뷰했는데, 그때 박주영 선수가 했던 말입니다. "저희 후배들이 앞으로 세계적으로 더 성장할수 있도록 선배로서 좋은 기회를 열어주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뤄준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염원은 저희가 메달 따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만 집중하고, 제 개인적으로 바깥의 일에 신경쓰는 것보다 선수단 내부의 필요성에 신경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주영 선수, 이번에는 '골잡이' 답게 '골'로 말했지만 다음에는 멋진 골과 함께 팬들이 궁금해하는 골 소감도 전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2년전 영국 카디프에서처럼 브라질에서 가슴 벅찬 인터뷰를 함께 하는 순간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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