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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유전된 희귀병…'어금니 아빠'의 사랑

<8뉴스>

<앵커>

치아 주위에 종양이 계속 자라는 '거대 백악종'이라는 희귀병이 있습니다. 세계 6명뿐인 환자 가운데 2명이 한국에 있는데, 20대 아빠와 5살 난 딸입니다. 딸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아버지가 미국으로 갔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김도식 특파원이 만났습니다.

<기자>

올해 5살 난 아연이.

천사 같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아연이는 윗턱 뼈가 없습니다.

이빨 주위 종양이 커져 수술로 턱 뼈를 제거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앓았던 그 병입니다.

아버지 27살 이영학 씨도 10차례나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어금니 몇 개 밖에 남지 않아 별명이 '어금니 아빠'가 됐습니다.

[이영학/아연이 아빠 : 평생 소원이 새우깡을 앞니로 먹어보는 게 소원이거든요.]

성장이 멈출 때까지 종양이 계속 자라기 때문에, 아연이도 앞으로 몇 번 더 수술을 받아야 할 지 모릅니다.

부족한 치료비 마련을 위해 아버지가 미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서울에서 하던 그대로, LA 한인마켓 앞에서 인형 탈을 쓰고 전단지를 돌립니다.

안타까운 사연을 읽은 사람들이 주머니에서 꼬깃한 돈을 꺼냈고, 한인마켓측도 적지 않은 액수의 수표를 건냈습니다.

교민 사회는 호텔과 식사를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많은 온정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어금니 아빠는 마음이 급합니다.

지난해 9월 뇌출혈로 인한 치매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영학/아연이 아빠 : 제가 계속 잊어버려요, 말하면서. 그러니까 이해해주셔야 돼요. 그래 가지고.. 물어보신 게 이게 아닌데 그죠?]

우스꽝스런 탈을 쓰고 아연이의 병을 알리는 데는 또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이영학/아연이 아빠 : 저도 학교 다닐 때 놀림 당해서 초등학교 밖에 못 나왔는데, 내 딸한테는 그렇게 해주기가 싫거든요. 제가 세상에 나와서 일단은 물론 아기 병원비도 있지만, 알리는 이유가 그거 거든요, 놀리지 말라는 거거든요.]

보름 간의 미국 방문.

불황 때문인지 도움의 손길은 기대보다 적었습니다.

하지만 내년엔 아연이도 데리고 다시 미국 땅을 밟을 생각입니다.

[이영학/아연이 아빠 : 한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어요. 21년을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게 아기 엄마를 만나고, 그 다음 행복했던 게 우리 아연이 태어났는데 아프잖아요,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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