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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한국, 이차전지도 1등 아니다…'핵심 기술'에서 점점 더 벌어지는 격차

<앵커>

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우리나라 산업 기술 수준을 집중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네요. 우리 기술이 대체로 꾸준히 발전을 하고는 있지만 세계 최고인 미국과 격차는 좀 더 벌어졌다고요.

<기자>

기술패권 국가인 미국의 전반적인 기술 수준을 100%로 봤을 때 우리는 88% 정도는 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연구개발 전담기관인 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국내 대기업이나 공학회에 소속된 전문가들 2천722명에게 지난해 8월부터 올해 초까지 조사를 실시해 내놓은 결론입니다.

OECD의 주요 5개 나라 EU를 한 나라로 치고 미국과 EU,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을 함께 살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전반적인 기술격차는 0.9년으로 이번에 평가됐는데요.

즉 미국이 멈춰있고 우리만 발전을 계속한다고 가정해도 1년 가까운 0.9년은 들여야 우리가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2021년에 비해서는 우리 기술 수준이 좀 더 높아지긴 했지만, 미국과의 격차는 오히려 0.8년에서 0.9년으로 좀 더 벌어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EU와 일본이 보시는 것처럼 미국 다음이었습니다. 그다음이 우리나라, 그리고 중국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는 0.3년에 불과했습니다.

일본과 유럽에 우리가 0.5년 뒤처져 있다고 분석되는데, 그만큼 중국이 일단 우리와의 격차부터 바짝 좁히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전반적인 수준도 중요하지만 그래서 우리 경쟁력이 뚜렷한 분야가 뭐냐, 이게 중요할 것 같아요.

<기자>

그게 중요하죠. 이번 조사는 산업 기술을 모두 25개 기술 분야, 74가지 세부항목으로 나눠서 점검했는데요.

일단 우리가 확실한 우위를 점한 분야는 디스플레이였습니다.

돌돌 말리는 롤러블 TV나 폴더블폰의 접히는 화면, 또는 OLED TV 떠오르는 게 많죠.

첨단 디스플레이 5가지 항목 모두에서 한국이 모두 세계에서 제일 앞서 있습니다.

그리고 반도체 다음으로 한국의 미래 먹거리는 이거다 뜨거운 관심을 받아온 이차전지 분야에서는 지금 시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상용 고성능 리튬이차전지 기술에 있어서는 역시 우리가 제일 앞서 있었습니다.

2년 전인 2021년만 해도 미국에 밀렸던 이차전지 재사용기술 역시 미국을 추월했습니다.

하지만 흔히 우리가 한국에 이차전지 주도권을 뺏겼다고 이야기하는 일본은 리튬계 차세대 이차전지 첨단 전지 분야에 있어서는 한국에 앞서 있습니다.

지금 상용 이차전지의 소재, 부품, 장비 기술에 있어서도 역시 일본이 제일 잘합니다.

그래서 이차전지 분야 전반적으로는 세계 1위는 일본이라고 국내 전문가들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25가지 분야 중에서 우리가 확실한 우위를 점한 건 디스플레이뿐입니다.

미국 다음으로는 일본 그다음 유럽이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분야가 많았습니다.

<앵커>

최근 세계에서 가장 관심이 뜨거운 분야는 역시 인공지능일 텐데, 우리 인공지능 기술을 평가한 것도 있나요?

<기자>

이번 보고서는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춰서 작성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보고서의 틀로 작용한 25개 분야 여기저기에 AI 관련 분석들이 흩어져 있는 정도라는 한계는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AI 반도체를 비롯한 차세대 반도체 분야를 살펴보면, 역시 미국이 패권을 쥐고 있는 이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미국의 86% 수준입니다.

최근으로 올수록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지는 걸 볼 수가 있습니다.

2년마다 실시되는 이 조사에서 2019년에는 미국의 92.9%까지 따라붙었다고 분석됐지만, 2021년에는 90.1%, 이제 80%대로 내려앉은 겁니다.

특히 AI 반도체의 핵심인 시스템반도체에 있어서 한국의 기술 수준은 미국의 81.6%에 불과하고요.

중국에도 안심할 만큼 앞서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AI 생태계에 있어서 우리가 잘하는 메모리 반도체, 이른바 HBM 고성능 제품을 넣는 방식으로 우리 몫을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이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진작에 추월한 인텔 같은 미국의 반도체 회사들에 어마어마한 보조금과 지원을 쏟아붓기 시작했고요.

삼성이나 SK도 중요한 건 미국에 와서 다 해야 보조금을 주겠다, 끼워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요.

우리는 반도체 기술 수준을 끌어올려야 할 뿐만 아니라 반도체가 계속 우리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지켜야 하는 이중의 과제 앞에 놓여 있는 상태입니다.

정부가 위기감을 갖고 첨단 기술 투자에 좀 더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번에 쏟아진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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